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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쓴 글

먹을거리를 지켜온 엄마들의 20년 운동사 - 과천 학교급식개선운동

by 제갈임주 2014. 3. 29.

[과천시의회 지방자치20주년 모범사례 연구]

 

먹을거리를 지켜온 엄마들의 20년 운동사 - 과천 학교급식개선운동

 

 

사회가 급변하고 생활양식이 달라지면서 우리의 식습관도 많이 변했다. 사람들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전통음식보다는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도시락 대신 학교급식을, 바쁜 현대인과 어린이들은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다. 명절이나 생일처럼 특별한 날에만 구경할 수 있었던 고기는 매일 식탁에 오르고, 계절과 지역에 상관없이 어떤 음식이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반면에 안전한 먹을거리와 국민 건강은 나날이 위협받고 있다. 비만과 당뇨 같은 생활습관병, 암 발생율의 증가 등 여러 통계 수치를 통해서도 국민 건강의 적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는 200911식생활교육지원법을 제정하고 민간주도의 <식생활교육 국민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올바른 식생활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교육을 통한 국민들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과 더불어, 식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집단의 연계와 협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인식에서였다.

이렇듯 국가 정책이 시행되면 지방정부에서도 이에 맞춰 조례를 만들고 사업을 실행하기 마련인데, 식생활교육지원법이 마련된 지 1년 만에 과천시에서는 박정원 의원의 발의로 과천시 식생활교육조례가 제정되었다. 이는 식생활교육지원법제정 이후 기초의회 차원에서 최초로 통과된 조례였다. 형식적으로라도 조례를 제정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과천시의회의 발 빠른 대응에 주목하는 이유는 법률이 있기 전부터 실제로 이 사업을 펼쳐온 주민들이 있었고, 이러한 주민들과 함께 실질적인 사업의 내용을 계획한 의회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과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기 이전인 1980년대 말, 가톨릭계를 중심으로 한살림 공동체 운동이 전개되었다. '한살림'은 생명농업을 기반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직거래 운동을 펼치며 생명과 환경을 지켜온 생활협동조합이다. 과천에서도 가톨릭 신자들을 중심으로의 한살림 공동체 운동이 생활협동조합 중심으로 시작되었는데,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의 초기 모습은 다섯 가구가 한 조가 되어 먹을거리를 공동으로 주문하고 나눠받는 방식이었다. 초창기 회원들은 이웃들에게 먹을거리와 환경의 중요성을 교육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과천에는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보다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진 전업주부 여성이 많았고, 이런 주부들에 의해 과천의 한살림 활동은 더욱 풍부하게 전개될 수 있었다. 먹을거리는 다른 사회적 이슈와 달리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했다. 게다가 건강한 먹을거리를 사 먹는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이 농촌을 살리고 환경에도 기여한다는 이 운동의 성격은 깨어있는 의식을 가진 과천의 많은 시민들을 동참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소가 되었다.

2012년 현재 과천의 한살림 조합원은 4,500명을 넘어섰다. 이후에 생긴 에코생협과 율목생협 조합원 수까지 감안한다면, 대략 과천시 가구 수의 20% 정도가 생협의 조합원인 셈이다. 이 정도 비율을 가진 도시는 전국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

생협 물품을 주문하는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과천은 1996년에 지역 매장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의 기능으로만 이 매장을 인식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이 매장을 이웃과 먹을거리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면서 지역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같이 의논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나갔다. 먹을거리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하고 교육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성인과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을 펼침은 물론 요리교실, 생산지 방문, 생명학교 등의 다양한 모임과 프로그램을 통해 오늘날까지도 건강한 사회를 가꾸기 위한 실천을 계속하고 있다.

 

한살림을 비롯한 생협 모임을 중심으로 먹을거리 교육이 지역 내에서 전개되는 동안 한편에서는 학교를 중심으로 학부모들의 학교급식개선 활동이 이어졌다. 물론 이 둘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생협 활동을 하던 주부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급식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학교급식업체의 납품비리사건들이 발생하였고, 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고조되는 때와 궤를 같이하여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일선학교에 급식소위원회(학교운영위원회 산하조직)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라는 공문을 시달했다.

이미 한살림에는 급식위원회가 꾸려져 자체적으로 연구모임을 하면서 학교에서는 급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나 궁금해 하던 차였다. 당시 한살림 매장이 있던 7단지 아파트 인근의 청계초등학교는 유난히 조합원들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가 활발했는데, 이를 계기로 급식소위원회에 한 살림 조합원들이 다수 참여하였다. 결국, 청계초등학교 급식소위원회는 한살림 조합원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집에서 먹는 안전한 식품을 학교 아이들에게도 먹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어디서부터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무도 가르쳐주는 이가 없었다. 생협 내의 다른 지역 자료를 구해 공부하면서 식자재 검수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검수'란 아침에 급식업체들이 조리실로 식자재를 가져오면 식품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다. 학교의 협조로 한 반에 두세 명의 검수위원을 모집해 전체 오십여 명의 학부모가 돌아가면서 매일 아침 30-40분간 검수를 진행했다. 학교 입장에서 보면 여간 번거롭고 달갑지 않은 일일 수 있었다. 그러나 교장과 영양사는 엄마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해주었다. 검수위원이 된 엄마들도 최대한 학교의 입장에 서서 진심을 다해 협력하고자 했다.

학부모들은 검수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급식업체를 직접 찾아가 시설 상태와 조리 과정을 확인했다. 급식업체는 3개월마다 계약을 하는데 수의계약이 이루어지기 전에 업체들을 찾아갔다. 가장 문제가 많은 것은 고기와 김치였다. 위생이 완벽하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재료와 위생상태도 불량하고 제시하는 서류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회사도 있었다. 지방의 업체 대리점을 찾아가 유통과정을 모니터링 하기도 했다. 이 모든 활동을 위한 실비는 학교에서 지원해주었다. 당시 참여한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부모들의 활동을 보장하고 모든 것을 공개해준 것에 대해 지금도 고마워하고 있다. 그만큼 투명하게 학교를 운영했을 거라는 믿음도 갖고 있었다.

검수와 급식업체 모니터링 외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했다. 친환경급식이 최초로 실시된 제주도 아라중학교의 교사와 먹을거리 교육에 힘쓰고 있는 인근 안양의 영양사를 초빙해 부모들을 위한 강좌도 열었다.

과천시는 2001년부터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해온 터였다. 시에서 지원받는 예산이 정해져 있어, 물가는 계속 올라가도 급식비는 인상되지 않아 급식의 질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영양사가 부모들에게 토로했다. 급식소위원회는 급식 질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학부모들이 부담할지, 아니면 의무급식을 하고 있던 우유를 선택으로 돌리고 우유값 만큼을 식재료비로 사용할지 부모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우유를 빼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이리하여 청계초등학교는 전국에서 우유급식을 선택제로 돌린 최초의 학교가 되었고, 동시에 당시 직면했던 문제도 돌파할 수 있었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과 영양사의 헌신, 학부모의 활동을 바탕으로 청계초등학교는 수년간 급식의 황금기를 누렸다. 2008년에는 의원들의 자료요청으로 학교별 친환경 식자재의 사용비율이 공개되었는데, 이는 급식비가 시 예산으로 집행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학교는 같은 급식비를 지원받고도 청계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여 학부모들 사이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학교급식개선을 위한 부모들의 활동은 교육청과 다른 지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아이들을 유해한 먹을거리로부터 지켜내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청으로부터 강당과 급식시설 예산도 지원받았다. 아토피 앓는 아이를 청계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것은 과천 안에서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생협에서, 그리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애쓰며 활동해온 엄마들은 방송 출연도 많이 했다. 다른 지역에 초청되어 사례발표 할 기회도 많이 가졌다. 방송출연이나 사례발표 기회가 많아진 것 자체가 성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 이 활동에 투신한 주민들이 스스로 보람과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 수년간 급식소위 활동을 이끌었던 백윤주, 서진이씨는 자신들의 활동으로 학교가 바뀌는 것을 보면서, 또 많은 부모들이 대신 일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하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2007년에는 한살림 안에 먹을거리 안내자 과정이 개설되고 다른 생협의 조합원들도 식품안전교육을 받으면서, 주부들은 동네 유치원과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먹을거리 교육을 꾸준히 해왔다. 요즘은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지면서 학교에서 많은 요청이 들어오지만, 이제는 이들이 다 소화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때에 마침 식생활교육조례가 통과되었다.

 

식생활교육조례제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활동해온 과천의 여성들이 앞으로는 좀 더 체계적인 지원 하에 공신력 있는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의회 안에서 이 문제를 책임지고 이끌어온 박정원 의원은 그동안 조례를 제정하고 시민들과 협의하여 사업을 하게 되기까지의 지난 과정이 매우 큰 일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다. 정책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만나 어떻게 사업으로 구체화되는지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위에서 떨어지는 사업과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이 어떻게 다른지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학교와 어린이집, 생협, 음식업협회, 학부모 등 다양하게 구성된 과천의 네트워크는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얼마 전 식생활교육 사업을 위탁받았다. 참신한 기획과 다채로운 사업내용, 시민들에게 참여의 문을 열어놓으려는 노력에 점수를 준다는 박 의원은 이들의 활동이 시민들의 생활과 건강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년의 역사 속에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웃들의 건강과 환경을 지켜온 사람들, 이런 주민들의 활동이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뒷받침하고 함께하는 의원들. 이들의 존재와 적극적 활동이 더욱 희망찬 지방자치의 미래를 가꾸어 나갈 것이다.

 

참고

- 한 살림 홈페이지(http://www.hansalim.or.kr)

- 한살림 경기남부 홈페이지(http://ggnb.hansalim.or.kr)

- 과천시의회 법무행정자료관(http://gccity.nara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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