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의회 지방자치20주년 모범사례 연구]
시민의 희망을 도시 미래에 담는다
- 지속가능한 과천비전수립 특별위원회
정부의 행정기능을 분산하기 위해 서울의 위성도시로 세워진 과천은 애초에 전원도시로 설계되었다. 주변의 풍부한 녹지와 쾌적한 주거환경, 유해환경이 전혀 없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도 손꼽히는 과천은 최근 들어 재건축과 정부종합청사 이전, 개발제한구역의 대규모 개발로 인해 큰 변화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도시구조와 주민 전체가 바뀔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과천시의회는 2010년 11월 ‘지속가능한 과천 비전 수립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구성을 결의하였다.
과천을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지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각각의 사안에 대응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또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정치인과 전문가에게만 맡길 수도 없었다. 과천의 미래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는 의회와 시민, 전문가가 참여해서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연구와 소통의 작업이 필요하고 과천시의회는 특위를 통해서 그 작업을 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원도시이자 정부의 전폭적 지원 하에 선진적인 도시계획기법으로 만들어진 과천은 연구자들에게는 흥미 있는 도시다. 그런 과천이 지금처럼 급변하는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는 연구자들에게도 굉장히 끌리는 주제이다. 의원들은 자연친화적인 특성을 유지하면서 공동체성을 지키는 것에 대해 호의적인 공감대를 갖고 있는 교수들을 초빙하였다. 조명래(단국대 도시 및 지역계획학) 교수를 비롯하여 박철수(서울시립대 건축과), 변창흠(세종대 행정학), 이상문(협성대 도시공학), 이종호(한예종 건축과) 교수와 참관․자문 역할을 맡은 김수현(세종대 부동산학) 교수, 과천시의회 일곱 명의 의원과 시민 참관단을 포함하여 특위를 구성하고 2011년 첫 활동을 시작했다.
특위 활동 첫 해의 성과는 ‘과천이 전원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 특위 구성원들 간에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과천시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확인하였다. 문제가 확인되었다면 이제는 도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남았다. 특위 구성원들은 다섯 차례 이상의 연구모임과 미팅을 통해, 도시계획의 기법과 국내외사례를 공부하고 대안 마련을 위한 과제를 점검했다. 그 과정을 통해 도출한 주제-저층고밀의 재건축, 단지 간 원활한 소통, 소형 평형 확대를 통한 세입자 대책-를 가지고 시민들과 토론하여 합의를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개발의 피해를 최대한 막으면서 과천의 전원성을 살리고자 고심하던 때에 갑자기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사업계획이 발표되면서 과천은 구성원간의 큰 갈등에 휩싸이게 되었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고밀의 보금자리주택을 지어 서민주거문제를 해결한다는 이 계획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시민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게 되었다. 과천을 둘러싼 그린벨트의 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해왔던 특위 위원들로서도 이는 무척 당황스런 일이었다.
그동안 특위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시민들에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환경과 서민을 살리고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시정을 펼쳐야 한다는 특위의 의견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재건축을 추진해왔던 시민들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보금자리주택사업으로 인한 재산손실을 걱정하는 시민들에게 보금자리주택을 반대하는 명분을 결과적으로 제공한 것이었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재건축 문제에만 올인(all-in)했던 과천 주민들이 보금자리 공청회를 통해 과천의 미래를 새롭게 꿈꿀 수 있는 의식을 갖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토론회에 참석했던 필자는 이 토론회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보통 재건축 문제와 같이 개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사안을 토론하는 자리에서는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기대할 수가 없다. 그날 역시 때때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고함치며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다시 정리하면서 진행하던 사회자와 머쓱해하며 자리에 앉던 시민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기 이해관계에 걸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장실로 떼로 몰려가던 시민들이 공론의 장에서 토론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았던 그 시간들은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라 평가할 수 있다.
2012년에 특위는 연구 결과 도출된 과천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 대안을 그려볼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특위 안에서 논의했다면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시민과 함께 과천의 도시 미래를 계획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작업을 펼칠 계획이다.
의원이 아무리 좋은 계획을 제안해도 집행부가 그 제안을 받아 적극 펼칠 의지가 없으면 소용이 없게 된다. 그러나 대개의 지방정부는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을 추진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컨대 재건축은 조합에서 알아서 하면 법적으로 문제없는지 확인하고 지원만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전체의 비전을 그리고자 하는 의회의 열정, 시민의 힘에 기대어 문제를 돌파하려는 노력, 그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구와 희망을 도시 미래에 담기 위한 과천시의회의 도발적 시도를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의 결과에 기대를 걸어본다.
참고
- 과천시의회,「제1차 도시비전 시민 토론회 자료집」,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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