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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쓴 글

사랑방 모임에서 주민 스스로의 운동으로 - 주민참여예산워크숍

by 제갈임주 2014. 3. 29.

[과천시의회 지방자치20주년 모범사례 연구]

 

사랑방 모임에서 주민 스스로의 운동으로 - 주민참여예산워크숍

 

서형원  (이건 내 글 아님)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를 공약으로 내건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었기 때문인데, 주민참여형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해외사례를 조사하고 국내 적용을 위해 노력해온 시민단체들의 꾸준한 노력이 바탕이 되었다.

주민참여예산은 공약으로 내걸거나 형식적으로 시행하긴 쉽지만 그 취지를 온전히 실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주민참여예산은 조례와 기구로 이루어진 제도라기보다, 예산의 편성-심의-결산-환류 과정에 다양한 처지와 관심을 가진 주민과 당사자, 집행부와 의회가 상호작용하는 매우 역동적인 참여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온전히 시행되기 위해선 집행부, 의회, 주민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주체들이 의욕과 역량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 결국 예산의 주민참여를 실현하고자 하는 각 주체가 하나씩 그 계기를 마련해가야 주민참여예산이 성공적으로 정착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역동적 과정으로서의 주민참여예산은 어떻게 가능할까? 과천시의회의 주민참여예산워크숍 사례는 이 문제를 푸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2006년 처음 시의원이 된 서형원(현 과천시의회 의장), 황순식(현 부의장) 의원은 의회 소수파의 한계를 넘어설 방법이 필요했다. 주민의 힘에 기대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들이 보기에 매년 1121일 받게 되는 두터운 예산안은 온갖 문제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한두 명 의원이 제아무리 열심히 연구하고 논리를 세워 예산삭감을 주장해봐야, “그건 의원님 생각이실 뿐이고라는 한 마디의 벽을 넘어설 수 없었다.

이들은 주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의회로 전달하는 방법을 택했다. 200612, 다음 해 예산심의를 앞두고 사랑방 모임 형식의 주민참여예산워크숍이 처음 열렸고 점차 연례 행사로 자리 잡아 갔다. 두 의원은 주민들이 관심을 갖거나 문제가 될 만한 예산 항목을 20여 쪽 분량의 브리핑 자료로 요약발췌했다. 미리 홍보해둔 시간에 주민들이 모이면 그 내용을 브리핑했다.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먼저 비판하거나 평가하여 전할 필요는 없었다. 의원들은 사실들을 전달하고 반응은 주민의 몫이었다. 그 결과는 매우 역동적이었다.

시장이 유엔사무총장에 출마할 일이 있느냐?” 관광홍보영상을 제작해 해외 송출한다는 예산에 대해 주민들이 쏟아낸 목소리다. “우리 직장에서라면 이런 일은 범죄가 될 것이다.” 체육대회에서 운동복 나눠주는 예산에 대한 한 직장인의 평가다. 이 직장인은 문제 예산 목록을 만들어 온오프라인에 알리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2008년 예산워크숍에서는 이십억 원이 넘게 드는 방범용 CCTV 관제센터 설립이 논란이 되었다. 워크숍에서 이 예산의 효용성과 인권침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주부들은 의원들을 하나하나 만나고 며칠 만에 수백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인권전문가를 포함하여 전문가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찬반 공청회를 열어 예산을 다시 심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산은 삭감되었고, 다음 해에 과천시의회가 주최하는 찬반 공청회가 열렸다. 그 이후 CCTV 관제센터는 설립되었지만 주민들은 시 살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두 의원이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의장단을 맡고 나서 이 워크숍은 의회의 공식행사가 되었다. 자구적인 사랑방 모임에서 출발한 주민참여예산워크숍이 공식화 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화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정 의원의 비판적 시각에서 예산을 브리핑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의원들 각자가 저마다의 시각으로 예산을 브리핑하기도 곤란했다. 결국 의회의 전문위원이 예산의 개요만을 브리핑하고 사실상 아무 발표 없이 주민의 의견만을 듣는 자리로 준비되었다.

맥 빠진 자리가 되진 않을까? 기우에 불과했다. 4년간 예산워크숍을 경험한 주민들은 스스로 나눠서 예산안을 공부하고 워크숍에 참여했다. 교육, 복지, 환경 등 관심 분야에 대한 의견을 기록해 와서 발표했고, 심지어는 이웃 도시들과의 용역 예산을 비교해 표로 만들어온 주민도 있었다. 의원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상임위원회도 없는 작은 의회라 예산 전체를 다 봐야 하는 의원들의 입장에서 예산을 이렇게 꼼꼼하게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곧 이어 열린 의회 예산심의에서 예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각 부서 예산심의 때마다 이날 나온 주민의 의견을 읽어주고 회의를 진행했다.

 

의회 주최의 주민참여예산워크숍이 열린 다음 해, 뜻있는 주민들이 자발적인 예산참여모임인 <좋은예산팀>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낭비 예산이라고 판단되는 항목에 대해서는 현수막을 걸어 주민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공원에서 예산 알기 캠페인을 열기도 했다. 의원들과 공무원들, 해당 예산의 이해당사자들만 주로 알고 있던 예산의 속살이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예민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예산의 각 항목에 대한 입장은 서로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주민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역동적인 과정을 가능하게 한 변화 한 가지를 꼭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의원들에게 예산안 책자가 전달되는 시점에 과천시 홈페이지에는 시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예산안이 공개된다는 점이다. 상세한 브리핑이 없는 시의회 워크숍에서 주민들이 자기 의견을 밝힐 수 있었던 것도, 의원들의 도움 없이 예산 연구와 캠페인이 가능했던 것도 결국 다른 지역에서는 실시하지 않는 정보의 앞선 공개 때문이었다. 정보 공개는 주민 참여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다.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탓이다. 누군가 독점하고 있다는 말이다. 의회의 역할은 자신의 역량과 노력으로 행정에 대한 감시와 대안제시를 수행하는 것임과 동시에,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의 기회를 만드는 유능함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이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과천시의회의 주민참여예산워크숍은 불완전하고 소박한 사례지만 주민의 참여 역량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동성이 이대로 계속 자라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상근자도 사무실도 없이 진행되는 주민들의 실천은, 물론 매우 보람 있는 일이지만, 여전히 아웃사이더의 목소리로 취급되고 있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주민의 참여 노력이 지방자치에서 정당하게 인정받고 의사결정 과정에 정착되며 참여한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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