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의회 지방자치20주년 모범사례 연구]
정책역량 강화를 위한 의원연구모임
- 양재천 생태환경연구모임 / 여성정책연구모임
지방자치가 부활되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문이 열렸다고는 하나 아직도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주민의 편에 서서 의정활동을 펼치는 의원보다는 각종 이권에 개입하여 물의를 빚거나 자기 자리를 더 높은 자리로 나아가는 발판 정도로 여기는 지방의원들을 우리는 그동안 흔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예산 심의기간에 자리를 비우거나 공무원을 향해 큰 소리로 야단만 치는 의원들의 모습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의회의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의원의 전문성 부족은 오랜 경험을 가진 집행부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는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의원들의 연구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의원들 스스로 연구단체를 만들고 시민과 전문가, 여러 지역 간의 소통을 활성화시키려는 모습은 시민들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의원의 역할이 시민 생활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제대로 의정활동을 펼치는 것은 시민들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의원들은 예산을 결정하고 조례를 만들며, 정책 제안을 등의 역할을 사전에 별도로 교육받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대개는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업무를 익히게 된다. 특히 초선 의원의 경우에는 일을 잘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한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의원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지방자치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과천시의회에서는 2011년 2월「과천시의회 의원 연구단체 구성 및 운영규칙」을 제정하였다. 이는 의회가 의원들의 정책개발을 어떤 식으로 뒷받침할지 고민하면서 마련한 것이다. 이제는 의원들이 각자 관심사에 따라 연구단체를 만들고 신청하면 의회는 이를 지원하게 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초선으로 당선된 하영주․이홍천 의원은 규칙이 통과되자 곧바로 ‘양재천 생태환경 연구모임’을 구성했다. 양재천 생태환경 연구모임은 양재천의 생태 기초 연구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양재천 보전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향후 ‘생태도시 과천’을 만들기 위해 구성됐다. 이 모임을 같이 이끌었던 이홍천 의원은 연구모임의 첫 번째 목적을 “집행부를 설득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 했다. 의원들은 예산심의를 하고 조례를 만들지만 사업을 집행하는 사람은 아니다. 의원이 20-30년 동안 그 일만 해온 공무원들을 상대하려면 전문성과 합리적 지식을 가지고 설득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천을 생태도시로 만들고 싶은 이 의원은 과천을 관통하는 양재천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조사활동에 착수했다. 두 의원만으로 연구하기에 어려운 것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현장조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틀에 한 번씩 현장에 나갔다. 양재천 주변에 서식하는 생물을 조사하면서 발견된 오염원을 제거했고 노후된 하수관은 교체하도록 지시했다. 안전에 위협이 되는 문제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하천 주변에 번식한 외래식물을 제거하는 작업은 학생들과 함께 했다. 하영주 의원은 이 활동이 시민과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을, 특히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꿈과 관련된 체험의 장을 제공해줄 수 있었다는 점을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홍천 의원은 작년의 경험에 이어서 올해에는 시민들과 함께 농사짓는 팜스쿨을 계획하고 있다. 이 모임을 통해 식물을 가꾸는 법을 배우고 시민들과 교류하는 장을 넓히고자 한다.
또 하나 진행되었던 것은 ‘여성정책연구모임’이다. 이 모임을 주도한 박정원 의원은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의회에 들어왔는데 막상 공약을 실천하려다 보니 막막했다. 여성관련 전문가, 활동가, 과천에 사는 여성들과 함께 연구모임을 구성하고 어떻게 하면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지 아주 기초적인 질문부터 서로 주고받았다.
2백 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그동안의 통계를 통해 과천 여성들의 특성과 현황을 분석했고, 세 번에 걸친 포럼을 하면서 여성의 일과 자아에 대해 시민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처음이라 이것저것 무조건 시도해 보았지만 지나고 보니 여러 차원에서 여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여성’에 대한 고민을 좀 더 구체적 영역으로 옮겨와 올해는 ‘여성 사회적 기업’을 연구주제로 잡았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작 일자리 센터의 사회적 기업을 신청하는 창구에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았다. 중간 연결이 잘 안 되는 것이다. 여성들의 지역 활동이 활발한 과천에서 의회가 이러한 연결고리 역할을 잘한다면, 여성들에게는 자아실현의 기회와 경제적으로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고 지역사회도 건강해지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주어진 의원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느슨하게 할 수 있는 게 의원의 일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연구모임은 지방자치 의원들이 스스로를 단련하고 전문성을 키우는데 충분히 도움을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임을 통해 의원들이 시민과의 접점을 넓히는 기회도 많이 갖게 될 것이다.
‘의원은 시민의 대표’라는 생각으로 항상 일한다는 박 의원은 연구모임의 최종 목표가 “정책으로 연결시켜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모임을 하다보면 실제로 연구결과에 대해 공무원과 의견을 주고받고 대책을 논의하게 되는데, 이런 구성원 간의 활발한 소통은 바람직한 정책의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차원에서 과천시의원들의 연구모임은 현재에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방의원들의 연구모임은 점차로 지방자치의 가치를 증명하고 지방의회를 활성화시키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과천시의회, 「양채천 연구모임 보고서」, 2011
- 과천시의회, 「여성정책연구모임 토론회 자료집」,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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