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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쓴 글

전국 최초 주민발의 - 과천 보육조례 개정운동

by 제갈임주 2014. 3. 29.

[과천시의회 지방자치20주년 모범사례 연구]

 

전국 최초 주민발의 - 과천 보육조례 개정운동

 

 

과천을 대표할만한 시민운동 사례로 보육조례개정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2001-2002년 사이에 진행된 과천 주민들의 보육조례개정운동은 주민발의의 전형이라고 평가될 만큼, 시민운동의 모범으로 회자되곤 했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주민에 의해 조례가 제개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렸을 때가 2001년이었다. 시기적으로 보면 주민발의 제도가 도입되고 몇 개월이 지난 후였다.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주민발의 제도가 주민들로서는 낯설 수밖에 없었을 텐데, 행정부가 주민발의제도를 워밍업 하기도 전에 주민들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전국에서도 거의 처음으로 진행된 사례였기 때문에 과천시 공무원들도 이 제도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못했고, 법령을 검토하면서 절차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보육문제는 사회 주요 이슈이긴 하지만, 보육조례개정운동이 벌어졌던 당시만 하더라도 투명하지 않는 보육시설들이 사회이슈가 되곤 했다. 국공립시설 위탁과정의 비리 의혹이라든지, 친인척들의 보육시설 인선 독식, 각종 수당 횡령, 담당 공무원의 형식적인 관리감독, 교육철학의 부재 등등 보육시설의 신뢰에 큰 허점이 많았던 때였다. “떡볶이 두 개나 방울토마토 두 알이 아이들이 하루에 먹는 간식의 전부라는 웃지 못할 현실이 보육시설에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이런 문제들은 각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나 보육정보센터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학부모들의 불만은 상당했다.

 

과천의 보육조례개정운동도 이런 배경에서 시작되었다. 과천시는 예산은 많은데 보육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이런 현실에 대한 불만들이 모여 2001년 가을, 시민들은 보육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미 아이가 커버려 보육의 고통에서부터 벗어난 학부모, 예비 부모가 될 젊은 부부, 당장 보육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부모 등을 비롯해, 공동체보육을 꿈꾸는 공동육아협동조합, 그리고 과천의 여러 시민단체들이 주체였다. 가장 살기 좋다는 과천이 아이 키우기에도 가장 좋은가 라고 이들은 반문했고,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들은 제도, 즉 보육조례를 뜯어고치자는 의견을 모았고, 곧이어 과천시보육조례개정운동본부를 꾸리게 된다.

주민들이 제시한 보육조례 개정안의 주요 원칙은 공공성 확보에 있다.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것은 없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보육시설 중 95% 가까이가 민간시설이었다. 국공립시설이 턱없이 부족했고, 국공립시설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몇 개월씩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민간의 모든 시설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는 아이를 볼모로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곤 했다. 보육은 철저히 개인이 풀어야 할 문제였고, 국가와 과천시는 시민들의 보육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운동을 주도했던 시민들은 개인이 알아서 자녀 문제를 다 책임질 것이 아니라, 국가와 과천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를 함께 키워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이다.

주민들은 보육시설과 관련된 정보의 공개라든지, 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 위탁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시민참여, 민주성의 확보 그리고 보육정보센터의 설립 등을 요구하면서 조례안을 작성했다. 조례안 자체만 놓고 본다면, 보육문제를 넘어 시민들의 참여권, 예산의 투명성, 정보의 공공성 등이 잘 배합된 모범 조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었다. 보육의 공공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했기 때문이다. 예산만 지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보육시설을 관리하고 장기적으로는 종합적인 보육계획을 수립해야 했기 때문에, 공무원 입장에서도 녹록한 제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쨌든, 2012314, 과천시의회 임시회의에서 1,600여명의 시민들이 발의한 과천시 보육조례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주민발의에 의해 통과된 최초의 사례였다. 과천시의회 의장도 주민들이 만들어 낸 역사라며 주민들의 보육조례개정운동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한 달 만에 적지 않은 수가 보육조례개정운동에 참여했던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봤던 시의회 의원들도 반대 의사를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는 폭발적이었다.

과천시 보육조례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생활과 밀접한 보육이라는 주제가 부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육은 생활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밀접한 문제 중에 하나이며,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장 아이를 어디에 맡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부모, 머지않아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겨야 할 부모, 또는 보육시설의 문제점을 직접 경험한 부모 등은 보육조례의 내용이 어떠냐에 따라 생활체계가 상당히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현재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미래진행형의 사람에게나, 아이가 다 자란 유()경험자에게도 아이 키우기에 대한 경험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보육조례개정운동은 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운동이었지만, 그 핵심은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 이 운동은 생활적 접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민발의 운동이 시민들의 참여와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피부로 느끼는 현안에서부터 출발한 필요가 있다.

다양한 파트너들이 협동하여 성공시킨 점도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지방의원, 전문가 등의 공동 참여가 이 운동이 성공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운동에 참여했던 한 시의원은 시의회 의사일정과 같은 단순한 정보에서부터, 예산이나 정책과 관련된 내용, 또는 공무원들의 마인드나 특성과 같이 오랜 기간 함께 지내면서 터득한 정보를 쉽게 제공해 주었다. 조례 조문과 관련해서는 전문변호사들의 도움이 컸다. 또한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해주던 한 지역신문은 보육조례개정운동이 일어나기 전부터 보육시설에 대한 문제점을 다루면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일조했다. 이러한 과정은 이후 지역사회에서 공동의 보조를 맞추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여러 주체들의 협력적 참여는 서로를 신뢰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누구나 인식하고 있듯, 보육문제는 공공의 영역이다. 과천시 보육조례가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내용도 보육의 문제를 행정과 시설관계자,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풀어보자고 요약될 수 있다. 제도만으로 보육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면, 시민들의 자치적 요소가 가미되어야 한다. 과천의 보육조례 개정운동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보육조례 개정운동을 통해 많은 시민들의 암묵적인 지지가 가시적으로 표출되었고, 1,600여명의 서명자를 조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자발적으로 길거리에 나가 보육조례개정의 정당성을 설명했고, 짧은 시간에 조례개정 청구의 요건을 갖추었다. 이렇듯, 과천의 보육조례개정운동은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주민발의 조례안을 받아 쥔 모 시의원이 쉽게 올 수 있는 길을 어렵게 왔다고 표현했듯이, 통과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한 잘 갖춰진 제도에 맞게 보육행정을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더더욱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1990년대 들어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고, 보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육관련 시설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 그 과정에서 진행된 과천의 보육조례개정운동은 시대의 반영이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보육문제는 사회적인 화두다. 저출산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지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다. 그래야만 보육의 공공성이 더욱 증대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수준에 머물거나 퇴행할 것이 분명하다. ‘보육천국으로 가는 길, 결국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천의 경험은 이를 잘 증명하는 좋은 사례다.

 

참고

- 과천시 보육조례개정운동본부, 과천시 보육조례개정운동 백서, 2002.6

- 안산 YMCA, 주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조례 제개정 가이드북, 2002.12

- 하승수이호김현,한국 직접참여민주주의의 현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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