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人91 체불임금 받아내기 <2편> 회사의 계약내용과 행태는 근로기준법 위반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따른다면, #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해야 합니다(제43조) # 임금은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일부를 공제하거나 현금 이외에 다른 것으로 지급할 수 없고요(제43조). # 특히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체결은 금지된 행위이며(제20조) # 회사에 갚아야 할 돈을 임금에서 제하는 일도 금지돼 있었습니다(제21조). 그러나 문제는, 텔레마케터들이 근로계약서 대신 ‘프리랜서 위임계약서’를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회사는 직원들을 근로자(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 개인사업자의 지위로 만들어, 근로기준법을 피해갈 수 있도록 꼼수를 쓴 거지요. 실제로는 직원 .. 2023. 5. 25. 체불임금 받아내기 <1편> 며칠 전 딸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엄마, 나 바람 좀 쐬고 싶어. 어디 탁 트인 데 가서 하루라도 놀고 오면 좋겠어.” 부부는 오랜만에 딸을 데리고 서울 근교로 나가 밥을 먹고, 예쁘고 마당 넓은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시고, 또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딸네 집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러자 딸이 그제야 마음 속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 놓습니다. “엄마, 나 지금 회사 너무 다니기 싫어” 최근 집을 옮기면서 새 아르바이트를 구했는데, 이게 말로만 듣던 텔레마케팅이었습니다. 하루 4시간 일하면 12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일을 시작한 거죠. 회사가 제공하는 불특정다수 기업 대표들의 핸드폰 번호를 받아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회사가 취급하는 업무의 대행・위탁을.. 2023. 5. 25. 이동호「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출산 말고는 병원 신세를 져 본적이 없던 나,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 난데없는 증상이 찾아왔다.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이 펴지질 않는다. 밤잠이건 낮잠이건 잠만 자고 나면 손가락과 발목 관절이 뻣뻣해져 아프고 통증이 한참동안 가시질 않았다. 찾아보니 류마티스 관절염의 초기증상이란다. 한두 달 지속되면 병원 가서 진단을 받으라 하는데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하고 그동안 함부로 다뤘던 몸을 돌아본다.하루 커피 서너 잔, 그것도 절반 이상은 믹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먹는 고기, 달걀, 생선, 우유 같은 동물성 단백질. 이것부터 바꿔볼까? 어느 유명한 박사님의 유튜브를 보니 2주만 현미채식을 하면 관절염 증상이 줄어들 거라 하는데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식단부터 바꿔본다. 현미, 귀리, 콩,.. 2022. 10. 7. 비커밍 아스트리드 의 작가 제인 오스틴을 그린 영화 을 최근 보고 나서 비슷한 이름에 끌려 보게 된 영화다. 1907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20대 전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성들이 그저 집안일을 돕고 동생을 돌보고 정숙하게 살기를 요구받던 시대, 글쓰기 실력을 인정받아 지역 신문사 인턴으로 일하게 된 아스트리드에게 의도치 않은 인생이 시작된다. 지독히 외롭고 두려웠을 열여덟 살 미혼모의 삶을 피하지 않고 온전히 제 것으로 받아들여 아들도, 자신의 인생도 포기하지 않았던 아스트리드. 서른여덟 적지 않은 나이에 동화작가로 데뷔해 백여 편의 작품을 쓰고, 아동인권・동물복지・조세정책 등 현실 정치에도 참여해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사람. 그런 아스트리드의 생애에 반해버렸다. 시대가 요구하고 .. 2022. 9. 6.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로컬의 미래」(2018) [발췌] 3. 우리가 가야할 길, 로컬의 미래 中 ❚ 로컬의 미래를 향한 정책 제안 ・로컬 경제를 위한 대안 무역 지침 ・지역 기반의 금융 체계 확립 ・건전한 경제 지표 적용 (GDP 대체할 지표) - 실질진보지표(GPI, Genuine Progress Indicators) : 미국 버몬트주 - 국민총행복(GNH, Gross Natonal Happiness) : 부탄 ・편파적인 세금 체계의 개선 ・재생에너지의 분산화 - 독일 재생에너지법, 발전차액지원제도, 미국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Renewables Portfolio Standard), 콜로라도주의 태양광정원법, 미네소타주의 태양광에너지일자리법 등 ・다품종 유기농 생산지의 확대 : 2013 캐나다 온타리오주 로컬푸드법 ・소규모 로컬 생산자를.. 2022. 8. 27. 최지웅「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2019) 꼭 한 번 읽어보라는 복둘의 추천에 망설임 없이 책을 구해 읽기 시작했다. 제목을 봐서는 딱히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았는데, 웬 걸 티비 드라마보듯 푹 빠져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국제정세의 한 축을 이해하게 되었다. 중동지역에서 왜 분쟁이 끊이질 않는지, 미국과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간 갈등의 기원은 무엇인지 지금껏 진지한 의문을 품지 않은 채 그저 막연히 종교, 민족 간 갈등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중동전쟁, 오일쇼크, 세계화와 자유무역, 9.11테러, 금융위기까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이 석유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일어났는지 책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구글 지도로 유럽과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을 펼쳐놓고 책을 읽는다면 지리적 위치에 따른 나라들의 전략적 가치를 절로 판단하는.. 2022. 8. 25. 신진욱「그런 세대는 없다」(2022) 몇 해 전 '신진욱' 교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신문 칼럼에서 몇 차례 그의 글을 읽고 나서부터다. 그는 우리가 외면하는 사회문제를 공론장으로 끌고 와, 이것이 우리가 잊지 말고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임을 환기시킨다. 각종 통계와 연구를 분석하고 사실적 논거를 들어 뿌리 없이 부유하는 담론들에서 진실과 거짓을 추출해낸다. 그의 날카로운 현실 진단은 성실한 연구 작업과 성찰의 결과물인 듯하다. 「그런 세대는 없다」 최근 넘쳐나는 '청년' 담론은 누구에 의해 발화되고, 어떤 필요에 따라 소비되어 왔는가? 기득권 기성세대 vs 희생자 청년세대의 대립 구도는 실제로 그러한가? '부모보다 자식이 가난해지는 최초의 시대'라는 명제에 무비판적으로 고개를 끄덕여 온 나의 고정관념을 이 책은 단번에 깨뜨린다. 청.. 2022. 8. 13. 냉정과 열정사이 며칠간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냉정이 주를 이룬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답답해서였을까? 오해로 날려버린 세월이 안타까워서였을까? 영화 속 ‘냉정’은 차가움도 침착함도 아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지닌 두려움과 자기방어의 표현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나누는 열정의 다른 얼굴이다. 정작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에 묻어둔 채 애꿎은 사랑으로 연명하는 두 사람에겐 솔직한 자기 마음을 내보이는 일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긴 세월, 두오모에서의 약속을 기다려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다니. 자기 욕구 다룰 줄 모르고, 상대에게 솔직하지 못하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상처를 마주할 용기가 없는 그들, 지고지순한 자기 사랑에 매몰되어 자신을 사랑하는 다른 이들에겐 무심하고 무례했던 두 사람. 약속을 빌어.. 2022. 8. 10. 박완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지난 달 식구들과 캠핑 가던 날 아침, 가볍게 읽을 책이 뭐 있을까 책장을 훑어보다 꺼내든 책이다. 어수선한 일들에 마음 정돈하고 책을 읽어본 지가 오래돼서인가 눈은 글씨를 곧잘 따라가도 마음은 금세 책장 밖으로 이탈하곤 한다. 내용 하나 어려울 것 없는 수필인데 처음엔 여느 장르보다 읽기 어려웠다. 8년 정치를 하며 줄어든 것은 평범한 일상일까? 가족, 이웃, 친구와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정다운 수다를 떠는 일이 왠지 어색하다. 그런 시간이면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매 순간 가성비를 따지는 팍팍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 보다 말다를 반복하기 3주째 드디어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시간이 갈수록 읽는 일도 쉬워진다. 이 책은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마지막 저서다.. 2022. 8. 6. 이전 1 2 3 4 5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