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식구들과 캠핑 가던 날 아침, 가볍게 읽을 책이 뭐 있을까 책장을 훑어보다 꺼내든 책이다. 어수선한 일들에 마음 정돈하고 책을 읽어본 지가 오래돼서인가 눈은 글씨를 곧잘 따라가도 마음은 금세 책장 밖으로 이탈하곤 한다. 내용 하나 어려울 것 없는 수필인데 처음엔 여느 장르보다 읽기 어려웠다.
8년 정치를 하며 줄어든 것은 평범한 일상일까? 가족, 이웃, 친구와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정다운 수다를 떠는 일이 왠지 어색하다. 그런 시간이면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매 순간 가성비를 따지는 팍팍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 보다 말다를 반복하기 3주째 드디어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시간이 갈수록 읽는 일도 쉬워진다.
이 책은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마지막 저서다. 일상을 살다 눈길이 멈춘 곳, 문득 생각이 다다른 곳에서 시작코를 잡아 이야기옷을 떠 나갔다. 기본 뼈대를 이루는 작가의 인생사는 물론 동시대 다른 작가나 유명인-박경리 선생, 김수환 추기경, 박수근 화백-과의 특별한 교분을 엿보는 일도 재밌다. 2부 <책들의 오솔길>에서는 다른 이들의 책을 작가는 어떻게 읽었는지 호기심을 갖고 보았다. 사십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대작가의 ‘붓 가는 대로’ 쓴 글이 내 안의 글쓰기 욕망을 간지럽힌다.
‘혼자서 책 읽을 때의 그 자폐적인 고독의 행복’이란..
작가가 표현한 이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요즘이 내겐 바로 그런 시간,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귀한 나날이다. 책에 파묻혀 읽고 쓰는 이 시간을 좀 더 누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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