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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由人/책과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by 제갈임주 2022. 8. 10.

며칠간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냉정이 주를 이룬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답답해서였을까?
오해로 날려버린 세월이 안타까워서였을까?

영화 속 ‘냉정’은 차가움도 침착함도 아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지닌 두려움과 자기방어의 표현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나누는 열정의 다른 얼굴이다.

정작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에 묻어둔 채 애꿎은 사랑으로 연명하는 두 사람에겐 솔직한 자기 마음을 내보이는 일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긴 세월, 두오모에서의 약속을 기다려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다니.

자기 욕구 다룰 줄 모르고, 상대에게 솔직하지 못하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상처를 마주할 용기가 없는 그들, 지고지순한 자기 사랑에 매몰되어 자신을 사랑하는 다른 이들에겐 무심하고 무례했던 두 사람.

약속을 빌어서라도 사랑을 이루었으니 다행이다.
그 답답하고도 짠한 사랑을 보는 내내 응원했었나보다.
마지막 활짝 웃는 얼굴을 보니 그제서야 내 마음도 펴진다.


[자투리 생각]

❘ 부모 중 한 명을 각각 여의고, 남은 가족과도 편안한 애정을 경험하지 못한 아오이와 준세이. 상실의 경험과 좌절의 상처는 이토록 사람을 위축시킨다. 때로 깨져도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 행복을 구하는 이들의 선택이기를!

❘ 어머니 같은 조반니 교수의 따뜻하고 아늑한 작업실. 자신의 몸을 쫓는 그녀의 시선을 느꼈을 법도 하건만 준세이는 그의 지시에 따라 옷을 벗고 모델이 되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아오이는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마빈에게 사랑한다 말하며 불안정한 자신을 달랜다. 이 둘에게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란 말은 어디까지나 다른 나라 이야기. 현실에 자신을 맡긴 채 생존에 필요한 만큼의 사랑을 제3자들에게서 수혈 받으며 수동적으로 살아가기를 지속하는 두 사람.

❘ 그 수동성으로는 자기 욕망을 채울 수 없을뿐더러 곁을 지키는 사람에게도 외로움만 안겨준다. 준세이는 메미를 남겨두고 고국을 떠나 복원사의 길을 찾아 피렌체로 돌아오고, 아오이도 마침내 자신을 속이는 일을 멈추고 마빈을 떠나보낸다. 둘은 임계점에 이르러서야 괴로운 날들과 결별하고 사랑을 되찾을 용기를 낸다.

❘ 해피엔딩의 결말은 준세이가 결국 ‘죽어가는 생명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복원사의 길을 선택한 순간 정해진 것이었다.

❘ etc.
다케노우치 유타카의 매력에 잠시 빠져듬.
진혜림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그 연기는 의도한 것일까, 그의 한계일까?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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