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여인숙 2층 끝방의 여인과 오작교의 남자에게 이 책을 바친다.’
서문을 넘기지 못하고 마지막 대목에서 그만 눈물이 터졌다.
배고파가 언젠가 ‘세상의 모든 말은 거짓말’이라 했을 때 그 말이 백 프로는 아닐지라도 거의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 말을 들은 이후로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지켜볼 때면 습관처럼 말의 이면에 숨겨진 화자의 또 다른 말을 읽는다. 가식과 위선, 질투와 이기심이 도덕과 예절, 분노와 정의로 탈바꿈될 때가 얼마나 많은가.
남들을 보는 일은 그나마 덜 괴롭다. 그것이 나 자신일 때면 얼마나 부끄럽고 괴로운지. 그래서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함부로 쓰지 못한다. 내가 나도 모르는 거짓말을 하게 될 것 같아서 말이다.
‘삶의 어느 국면에서, 꾹꾹 눌러왔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싶어서 쓴 게 아니라, 쓸 수밖에 없었다.’
오마이스쿨에서 박상규 기자를 만났을 때 마음에 적지 않은 충격이 일었다. 그는 어찌 저리 스스럼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가. 그것도 삶의 신산함이 묻어나오는 결코 가볍지 않은, 아니 절대 가벼울 수 없는 이야기를 말이다. ‘아픔 탓에 글을 끼적이기 시작했고, 흘러넘쳐 글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꾸밀 여유조차 없는 그의 글에는 거짓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그가 글만 썼을까 싶다. 허공에 뱉은 혼잣말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그의 글을 읽다보니 나도 글이 쓰고 싶어진다. 내 말이 거짓일까 참일까를 따지는 검열은 당분간 미루고 아픈 기억 하나에 내 마음 하나씩 보듬어 함께 날려보내고 싶다.
부끄러워도 때로 거짓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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