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의 작은 꿈이 학교를 바꾼다 |
교장공모제가 바꾼 학교, 양평 조현초와 성남 보평초 |
교장공모제가 공교육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양평 조현초등학교> 노무현 정권 말기, 교과부에서는 교장공모제 추진에 관한 공문을 학교에 내려 보냈지만 정작 일선 학교의 반응은 싸늘했다. 경기도에서는 한 학교도 신청을 하지 않았고, 조현초등학교 역시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결국 조현초등학교는 학교 구성원의 의지와 무관하게 교육감의 낙점을 받아 공모제와 인연을 맺게 된다. 이 때만 해도 교장공모제에 대해 학교운영위원들조차 잘 몰랐다. 교장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인 사람은 세 명. 당시 조현초에 재직중이던 교감과 교장자격증을 가진 이웃학교 교감, 그리고 다른 학교 평교사이면서 전교조 조합원이었던 지금의 이중현 교장이었다. 현직 교감이 후보가 된 상황이라 공정한 심사를 위해 1, 2차는 교육청에서, 마지막 3차 심사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하기로 했다. 애초 여론은 각 후보들 간의 변별성에 관해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운영위원과 학부모들은 경영계획서의 내용에 차이가 있음을 곧 알게 됐다. 뜬구름 잡는 식의 계획이 있는 반면 지역에 대해 꼼꼼히 조사하고 고민한 흔적이 담긴 계획도 있었던 것이다. 3차 심사가 있던 날 면접장에는 열한 명의 학부모가 참관했다. 초기 예상을 뒤엎고 직접적 연고가 없던 이중현 교장이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 밤을 새워 공사비를 아낀 교장 2007년 9월 교장이 온 후 6개월 동안 교사들은 교육과정을 놓고 계속 토론을 벌였다. 새해가 되고 나서 한 주에 이삼일은 밤 10시까지 야근을 했다. 교사들 혹사시키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한 교사는 “교장이 시켜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했다”고 답했다. 또 다른 교사는 ‘교사들끼리 서로 소통하는 문화를 경험한 것’에 가장 큰 점수를 주었다. 학교예산을 낭비 없이 쓰기 위해 교장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겨울이 긴 지역의 특성상 도서실에는 바닥 난방시설이 꼭 필요했다. 기존공법으로 난방공사를 하는 조달청 등록업체에 맡기려니 가격이 너무 비싸 사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 교장은 밤을 새워 인터넷을 검색해 신공법을 사용해 공사비를 낮춘 업체를 찾아냈다. 또한 턱없이 비싼 조회대 햇빛가리개 대신 나무로 정자 지붕을 만들고 남는 예산으로 교정에 조경석을 깔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동네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자 교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학교 도서관을 개관했다. 학교의 가을운동회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의 축제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마을의 몫이다. 6학년 졸업생 전원에게는 25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학교를 졸업한 동문에서부터 노인정의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십시일반 마음을 보태 마련하는 장학금이라 했다. 이 학교 소문을 듣고 지난 4개월간 전입상담을 위해 방문한 학부모가 200여명에 이르고, 교사들은 견학을 위해 제주도, 부산 등에서도 찾아온단다. 읍내 복덕방에서는 “도대체 조현초등학교가 어떤 곳이길래 이렇게 많이 물어오냐”고 한다. 도시학교의 교장공모제, 성남 보평초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는 시골의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까? 이번에는 과천과 비슷한 환경에 있는 도시 속 학교를 찾아 보았다. <성남 보평초등학교> 성남 보평초등학교는 생긴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신설학교이다. 판교의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이 학교는 지금은 12학급이지만 주변 아파트 입주가 끝나면 30학급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보평초의 서길원 교장은 남한산 초등학교 교사, 작은학교 교육연대 대표 등의 활동을 하면서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맡게 된 보평초등학교는 작은 학교가 아니다. 학생 천 명 이상의 규모를 가질 이 학교에서 서 교장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학생 수 350-400명이 한계라고 생각한다. 두 학년 단위로 묶어 교육의 권한을 교사들에게 위임할 생각이다.” “회의나 공문보다 수업이 중요” 그렇다면 교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교장은 윤리를 강조했다.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교장이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학교 교사들은 수업시간을 반드시 지킨다. 부모들은 수업시간에 교실로 올라가서는 안 된다. 청소나 환경미화를 해서도 안 된다. 수업시간을 지키는 일과 함께 교사가 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체벌, 둘째는 물품과 향응을 받지 않는 일이다. 음료수와 롤케익 안 된다. 윤리는 작은 것에서부터 무너지기 때문이다. 아이들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사의 잡무를 덜어주는 것도 교장, 교감의 일이다. 담임역할을 병행해야 하는 교사나 부장들이 공문에 시달리지 않도록 행정업무는 많은 부분을 교감 선에서 처리한다. 불필요한 행사는 과감히 줄인다. ‘학급당 작품 몇 점씩 내세요.’ 이거 없애는 것이다. 다른 업무를 줄이면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어떻게 지낼지 고민하게 된다. 교사들의 퇴근시간을 묻자 정시퇴근을 약속했단다. 교사는 일과 중에 아이들과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에서 실현가능한 모델이 되도록 해보겠다는 서 교장은 학교윤리를 세우고 상식적인 문화를 만드는 것 이상의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제갈임주 시민기자 catalyst08@hanmail.net |
기사입력: 2009/12/03 [15:01] 최종편집: ⓒ 과천마을신문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73952&CMPT_CD=P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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