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시장님에게 드리는 한 시민의 편지 | |
제갈임주 (방과후 공부방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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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별양동 한 공부방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과천 주민입니다. 재건축으로 과천 전체가 시끌시끌한 요즈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 펜을 들었습니다. 2005년, 제가 일하는 공부방에 있던 몇몇 아이들이 과천을 떠났습니다. 옛 3단지에 살고 있던 아이들이었지요. 의왕, 안양으로, 또 부모 고향인 지방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13평 아파트 전세 3천, 4천에 살던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과천을 떠나는 것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말끔한 아파트가 들어섰고, 그 아파트 중 가장 작은 평수의 전세가는 이제 2억이 넘었습니다. 3천, 4천만원을 겨우 마련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 2억짜리 전셋집은 꿈도 꾸지 못할 집이지요. 지금 공부방에 다니는 아이들은 별양동에 많이 살고 있습니다. 시장님께서 별양동 주택가를 돌아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집집마다 반지하에 평균 세 가구가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보증금 1천에서 2천만원에 월세 30만원 정도를 내고 삽니다. 주택 소유주보다 훨씬 더 많은 가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재건축을 계획하시면서 이들에 대한 대책은 당연히 세우셔야겠지요. 하지만, 이번 발표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안을 보면 세입자 대책이 전무한 실정인 것 같습니다. 일부 아파트 소유자들은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고, 재건축을 부르짖는 열망의 목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시장님을 비롯해 행정을 맡은 분들과 시의원님들은 이들의 목소리만 들으실 일은 아니지요. 재건축이 시작되면 말없이 쫓겨나야 하는 다수의 서민들, 그리고 ‘초고층 명품도시’라는 허황된 이름에 들뜨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 집주인들의 바람을 간과하셔선 안 될 것입니다. 과천은 살기 좋은 도시로 소문난 곳입니다. 아이들 키우기 좋은 자연과 문화적 환경 때문에 저도 10년 전 분당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좁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아파트 내부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산층이 과천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여느 삭막한 도시와 달리 소박하고 자연친화적인 환경이 여기 있고 마을 공동체가 그나마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내 아파트값이 아무리 오른다 하더라도 함께 살던 사람들을 밀어내고 과천만의 성을 쌓는 일에 동조할 수는 없습니다. 낡은 주거환경의 정비가 꼭 필요하다면 해야겠지요. 그렇게 재건축이 필요하다면 해야겠지요. 하지만 현재 과천 시민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 중 다수가 집단적으로 밀려나는 사태는 막아 주셨으면 합니다. 세입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시길 강력히 요청합니다. 시장님, 행정은 목소리 큰 사람 의견에 휘둘리는 것이 아닐 테지요. 공익을 항상 염두에 두고 필요하다면 설득의 정치를 하셔야겠지요. 부디 지금의 과천이, 이 과천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갈임주 맑은내 방과후학교 교사- #<편집자주> 맑은내 방과후학교는 2004년부터 저소득층 아이들을 지원해온 배움터다. 주로 소액기부와 자원봉사로 꾸려가고 있으며 현재 별양동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 |
2009/05/07 [17:59] ⓒ 과천마을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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