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입니다.
오늘은 시냇물로 돌아가 여러분에게 편지를 띄웁니다.
<과천풀뿌리>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아니 그 이전, 고민을 시작한 시간까지 합친다면 벌써 8년째가 되어 가네요.
시민이 주인인 정치, 생활에 기반 한 정치..
평소에는 별일 안하다가 선거 때면 어김없이 고개를 들이미는 정치인들에 반발해, 일상을 일구는 여성들의 정치를 해보자는 도발이 우리의 시작이었습니다.
불이 붙을 듯 붙을 듯하면서도 ‘정치’라는 말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움이 커져가던 때 믿기지 않을 만큼 한 순간에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져 두 후보를 세우고 함께 선거를 치렀던 것은 여전히 즐겁고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분에 겹게 의원의 역할을 맡고 풀뿌리와 함께 일하면서 초기부터 저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으로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풀뿌리 활동의 방향과 의원의 역할, 운영방식 등 많은 곳에서 생각의 차이가 있었고, 이는 그간 회의와 워크숍 등에서 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제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고 적극적 소통을 하지 않은 제 불찰이 가장 크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을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하는 미숙함이 우리에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설득하지도, 그렇다고 저를 풀뿌리에 맞추지도 못한 채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때로 당황스럽고 힘들었지만 동시에 좋은 추억과 가르침을 준 풀뿌리와의 동행을 저는 여기서 이만,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단체 생활은 멈추지만 풀뿌리의 정신은 변함없이 간직하고 활동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과천풀뿌리>의 앞길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그간 감사했습니다.
2017년 3월 27일
제갈임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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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서 잘해보자는 것도 아니고 떠나는 마당에 드릴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정리하기 힘든 여러 복합적인 심정들을 표현하기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자칫 제가 하는 말이 괜한 오해와 상처를 만들까 싶어 그동안 침묵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회원들이 연명해 보내주신 임시총회 참석 요청 메일을 어제 밤 확인하고 고민한 끝에 늦게나마 짧은 글을 올립니다.
위의 글은 지난 3월 풀뿌리 탈퇴를 결심하고 신구 운영위원들에게 드린 글입니다. 위에 언급된 것처럼 지난 3년간 활동을 하면서 저는 풀뿌리 동료들과 활동에 대한 생각에 여러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풀뿌리 정치’의 풀뿌리가 누구인지 그 대상의 범위에서부터 시작해, 활동의 방식과 내용,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관계 설정, 그리고 현안들에 대한 입장까지. 생각에 차이들이 존재했고, 그러한 차이가 드러날 때마다 풀뿌리 운영위 안에서 저는 논란의 중심에 서곤 했습니다.
생각이 달라도 서로 소통하고 이해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저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마주하게 될 때면 마음은 더욱 괴롭고 아팠습니다.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저는 이제 그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좁히고 일치시키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논쟁하기보다는 각자 생각하는 바대로 활동을 하면서 남겨진 한 해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이지요. 풀뿌리는 지난 활동을 더 발전시켜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더 이상 저로 인해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저도 나름의 생각으로 활동을 마무리하고 소수의견이지만 제게 주어졌던 시간과 경험을 잘 정리해 풀뿌리에 남겨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탈퇴의사를 밝힌 이후 신임 운영위원들의 많은 배려로 탈퇴보다는 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충전과 정리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노력도 했습니다만 같은 조직 안에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여러 모로 활동을 지속하기에 제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조금은 편안하고 자유롭게 사고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상태에서 남은 과제를 마칠 수 있도록 풀뿌리 회원 분들의 이해를 구합니다. 활동가로서, 풀뿌리 의원으로서 가졌던 초심과 문제의식들은 변함없이 지켜 가겠습니다.
2017년 6월 25일
제갈임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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