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문화신문 2017. 4. 28 기고]
하수처리장 토론회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
과천시의회 제갈임주
하수처리장 토론회가 열린 지 한 달이 지났다. SNS와 지역신문 지면을 뜨겁게 달군 두어 달의 논쟁과 토론회 날 시민회관 소극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관심, 참여의 열기는 다시 시작된 일상의 수면 아래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이번 하수처리장 통합 지하화 논쟁에서 여러 가지가 쟁점으로 다루어졌지만, 필자가 보는 이 문제의 핵심은 ‘기존처리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그대로 쓸 것인가? 아니면 다시 지을 것인가? 30년 수명을 넘긴 하수처리장의 개량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시민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시점.
과천시는 뉴스테이 사업 추진과 맞물려 기존 하수처리장을 통합 지하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뉴스테이 지구 내에 필요한 하수처리장 신설비용을 LH로부터 받아내어 기존 처리장과 신규 처리장을 통합해 지음으로써 사업비에 대한 과천시 부담을 줄이려는 계획이다. 총 1천억 원 가운데 과천시가 부담하는 금액은 6백억 원에 달하지만 뉴스테이 사업과 함께 추진해야 그나마 4백억 원이라도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과천시 부담분 6백억 원에 대해서도 절감 방안은 모색되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노후된 하수처리장이 전국에 속출할 터인데 향후 이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당연히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환경부의 ‘제2차 국가 하수도 종합계획’을 보면 노후 하수관로의 개‧보수 사업의 국고보조율은 높이겠지만 막대한 비용이 드는 기존 하수처리장 시설의 이전 또는 지하화에 대해서는 민간투자 확대 방안을 검토하여 민자사업으로의 추진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천시는 불확실한 미래의 국비 지원 가능성에 기대기보다 향후 필요한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자구책 마련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토론회에서 전문가에 의해 부각된 또 하나의 쟁점은 현 시설의 안전성과 하수처리기능의 문제였다. 2009년부터 2년 간격으로 실시한 안전점검 결과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과천시는 현 시설의 정밀안전진단과 하수처리기능의 분석, 재원조달 방안의 구체화, 부지 재검토 등의 내용을 담은 타당성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내부조사도 진행해 그동안 운영 관리에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면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렇게 해결해 간다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무엇일까?
이번 토론회에서 많은 시민들은 분노했고 과천시 계획의 진정성을 믿지 않았다. 만약 시가 처음부터 시민에게 계획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했더라면 결과가 같았을까? 과천시의회는 올해 1월 업무보고 회의에서 하수처리장 통합 지하화에 대한 계획을 처음 보고받았다. 아무리 기반시설이라지만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에 대해 시민 공청회를 열 것을 요구했지만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 현 단계에서는 시민에게 설명할 내용이 없다고 수용하지 않았다. 이는 행정의 오랜 관행에서 비롯된 낡은 사고다. 결정한 다음에 시민에게 통보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 시대는 변했고 시민의 권리의식은 높아졌다. 게다가 이런 큰 사업은 당연히 시민의 공감대 속에 추진되어야 하지 않겠나?
뒤늦게나마 의회라도 나서서 열게 된 토론회에 많은 시민이 참석하였다. ‘몇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생산적 토론을 이끌었어야 하는데’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든다. 준비에 미흡함이 많은 토론회였지만 이와는 반대로 쉽지 않았을 자리에 용기 있게 나와 각자 소신 발언을 해준 세 명의 패널과 자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쓴 지역언론 모두는 과천의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반영해 주었다. 시는 앞으로 용역을 비롯해 추진되는 일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과 공유하면서 잃어버린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과천에 대한 애정과 높은 참여의식을 가진 시민의 마음을 헛되이 만들지 않는 길이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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