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문화신문 2015. 4. 14 기고]
과천에 부는 말(馬) 바람
제갈임주(과천시의회 의원)
요즘 과천의 화두는 승마체험장과 캠핑장, 과천축제다. 세 가지 사업의 내용이 각기 달라 한데 묶어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이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시민의 의견 따윈 아랑곳없이 시에서 밀어붙이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취향이 다르니 어떤 사업이건 찬반이 엇갈리는 건 당연한 현상이지만 특히 승마체험장과 말 축제에 대해서는 여당과 관 주위에서마저 비판의 소리들이 흘러나온다. 시민의 반대가 많은 이 사업들을 시장님은 왜 굳이 하려는 것일까?
우선 시장님은 과천시민의 정서를 잘 모른다. 승마장이 돈을 벌어다 줄 리도 만무하지만, 설령 수익을 낸다 해도 시민들은 한 마디로 '싫다'는 것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잃고 싶지 않고, 아이들과 즐겨 찾던 자연을 지키고 싶어 한다. 조용한 도시가 말굽소리와 말똥냄새로 더럽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시장님은 취임 초기부터 마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가난한 서민의 눈물을 대가로 얻는 레저세 수입을 부끄러워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그간의 숱한 시민의식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쾌적한 전원도시, 교육과 문화예술의 도시 과천은 시민들의 오랜 자부심이다.
수익성 면에서도 살펴보자. 승마체험장 설치에 투입되는 비용은 120억 원으로, 매년 8천만 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투자대비 1%도 되지 않는 수익률을 얻기 위해, 다른 지자체에서는 수억 원의 영업 손실을 보며 운영하는 승마체험장을 과천시가 하겠다고 뛰어드는 것이다. 국비 24억 원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짓고 난 후의 운영을 생각하면 좋아할 일도 아니다. 200억 이상 투자된 추사박물관도 80억 이상 국‧도비를 받아 지었지만 매년 운영 적자만 10억이 넘는다. 이 같은 일을 또다시 반복할 것인가?
사업을 강행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보니 용역 내용도 무리하게 끼워 맞추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축제의 경우, 5백 명 대상의 설문 결과, 시민이 원하는 과천의 미래 이미지는 1위가 친환경, 2위가 문화예술도시였으나 응답과 달리 대표 이미지를 말(馬)로 정하고 관광형 축제로 바꾸었다. 대표이미지를 추출하는 과정도 기가 막히다. 6개의 유관기관(대공원, 미술관, 과학관, 서울랜드, 추사박물관, 렛츠런파크)을 열거하고 거기서 ‘동물, 미술, 과학, 놀이, 전통, 말’의 6가지 개념을 뽑아낸 후 최종적으로 '말'을 선택했다. 이들의 공통점이 어떻게 말(馬)로 깨끗하게 정리될 수 있는지 필자로서는 이해되지 않는다. 어떤 시민들은 묻는다. 시장님이 마사회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그게 아니라면 왜 그렇게 말, 말, 하겠느냐고!
승마체험장과 캠핑장에 170억, 축제에 15억 원. 만약 용역 결과대로라면, 이 예산은 6월 초 의회 추경 예산심의에 올라오게 될 것이다. 세 가지 사업만 해도 과천시 예산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이 액수는 지난해 말 거의 모든 분야에서 허리띠를 졸라 마련한 예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육과 교육, 복지예산을 줄이고 각종 문화강좌를 통폐합하고 이용료는 올리며, 도서관 셔틀버스를 없애고 시영버스를 민영화하고, 각종 서민 일자리를 줄여 마련한 피 같은 돈이다. 30분에 4만원 내고 타는 몇 퍼센트 되지 않는 승마인구를 위해, 경기도 내 어느 한 곳의 지자체도 운영하지 않는 승마체험장을 위해 120억 원을 투자해야 하는가? 재정악화를 이유로 시민에게 불편을 감수할 것을 요구했다면, 이제는 사정이 나아졌으니 다시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시는 제대로 된 홍보와 의견수렴 절차조차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 하겠다던 공청회도 방향을 바꾸어 설명회로 대신했을 뿐이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판단해야 할까? 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에는 3월 내내 주암동 주민들의 불편 신고가 잇따랐다. 마을을 지나던 버스 노선 한 개가 없어지면서 매일 출퇴근하던 주민들의 발이 묶인 탓이다. 마을버스 한 대 증차에 드는 1억 원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편성하지 않으면서, 170억 원은 대체 어디서 생긴 돈이란 말인가? 과천시는 원점으로 돌아가 시민들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170억 원을 들여 ‘승마장과 캠핑장을 지어도 되냐’고가 아니라 170억 원을 '어디에 쓰면 좋을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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