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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쓴 글

중앙정부의 단독결정에 반대한 과천시의 역사

by 제갈임주 2014. 3. 29.

[과천시의회 지방자치20주년 모범사례 연구]

 

중앙정부의 단독결정에 반대한 과천시의 역사

- 기무사 이전과 정부중앙청사 이전, 송전탑 지중화

 

 

중앙정부는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 정책결정을 정당화시켜 왔다. 이것은 지역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지방자치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지 20년이 지났건만, 중앙이 계획하고 지방이 실행한다는 역할분담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이런 일방적인 결정에 반대하고 나서면 어김없이 지역이기주의나 님비라는 딱지가 붙여진다. 이미 결정이 내려진 채 주민들에게 통보되었다는 사실은 은폐되고 결정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행동만 부각된다. 이것은 언론 또한 중앙언론이라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반영한다. 중앙언론이 전국에 소식을 보내다보니 지역은 언제나 변방으로 다뤄지고, 변방이 직접 목소리를 내면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 여기고 사정없이 비난한다.

 

과천시도 몇 차례 그런 역사를 겪었다. 20024월 기무사가 과천시 주암동에 22만여 평의 땅을 확보해 2006년까지 청사를 짓고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땅은 그린벨트로 묶인 땅이었는데, 건설교통부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이 땅에 기무사가 이전하도록 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과천시는 서울대공원,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있는 그 지역에는 문화관광시설이 들어와야 한다며 기무사 이전을 반대했다. 기무사는 선거가 있기 전 전임 시장과 논의했다고 얘기했지만, 당시 과천시장은 기무사에서는 이미 과천시가 동의해 재검토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건 임기를 3개월 앞둔 전임 시장이 검토차원에서 이전 계획을 경기도에 제출한 것일 뿐이라며 반대했다. 그리고 여인국 과천시장은 중앙도시계획위가 관리계획을 승인해주면서 형질변경은 과천시와 협의해 처리하라는 조건을 달았다건축허가도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기무사는 과천시만이 아니라 과천시민과도 협의하지 않았다. 기무사는 이미 많은 주민설명회를 열었다고 주장했지만 주민들은 이를 기무사 이전에 관한 설명회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주변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은 채 대규모 군기관 이전이 추진되었던 것이다.

2003710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기무사 과천시 이전반대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되어 탄원서를 제출하며 반대운동을 벌였다. 기무사가 이전하면 그린벨트가 훼손되고 교통문제, 지역발전문제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기무사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철회할 수 없다며 버텼다. 이에 <공동대책위원회>는 한 달 만에 과천시민 5만 여명(당시 주민의 약 75%)의 서명을 받아 국방부, 기무사, 건설교통부, 경기도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2년 넘게 해결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2004년에는 <공동대책위원회>가 촛불시위를 대규모로 벌였고 과천시의회도 계획백지화를 주장했다. 그러다 2005년 국방부, 기무사, 과천시, 시의회, 주민대표 등으로 협의체가 구성되었고, 수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기무사는 56천평 정도에 땅에 계획을 축소해 이전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행정수도이전계획을 밝히자, 정부중앙청사가 위치한 과천시는 반발했다. 20052월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을 제정하자, 같은 달 과천시의회는 정부과천청사이전반대운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반대운영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조례를 시의회가 제정한 건 정말 특이한데, 이 조례는 우리시의 주요현안인 정부과천청사가 이전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기관과 각 계층,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과천시 의회에 정부과천청사이전반대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지방정부의 조례가 중앙정부의 법률을 반대하는 위원회 설치와 그 운영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으니, 옛날 같으면 반역이라 볼 수도 있다. 이런 반역에도 중앙정부의 행정수도이전방침은 바뀌지 않았고 여러 가지 정치상황과 맞물리면서 이 문제는 장기화되었다.

20107, 과천시와 시의회, 주민들은 <정부과천청사이전대책과천시공동대책위원회> 발기인모임을 가지며 청사이전 반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대책위원회는 과천시가 정부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도시인데도 시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청사가 이전되면 도시가 공동화되고 지역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며 대안을 요구했다. 여인국 과천시장도 이 발기인 모임에 참석해 국가 전체적으로 손해라서 (정부청사 이전을) 반대했지만 과천 입장에서 봤을 때는 결코 손해가 아니며, 이런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새로운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과천시의회의 정부청사이전대책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이경수 시의원은 정부청사가 빠져나가면 과천의 정체성이 상실되고 공동화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중앙정부와 경기도가 과천시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청사이전계획으로 과천시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도 않았고 예상대로 도시가 공동화되는 일도 없었다. 외려 재건축이 진행되고 집값은 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전된 청사 공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협의나 동의과정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점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중앙정부와의 문제는 아니지만 송전탑도 문제가 되었다. 20069월 의왕시 포일동의 고압 송전선이 끊어지면서 송전선로를 타고 불이 번졌다. 과천시 문원동의 고압선도 끊어져 불이 났고 산불이 붙어 민가로 번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화재로 주택 6채와 비닐하우스 19개 동이 불탔다. 청계산의 송전탑 7개도 피해를 입었고 과천터널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이에 과천시는 송전탑을 땅에 묻는 지중화계획을 세웠으나 약 800억 원 정도의 비용 때문에 한국전력은 협조하지 않았고, 300억 원 이상의 신규사업을 할 때는 경기도와 행정안전부의 투융자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법규정도 문제가 되었다. 과천시가 한국전력에 적극적으로 공문을 보내면서 2013년까지 송전탑을 모두 지하에 매설하기로 했다.

 

과천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결정이나 국책사업을 내세운 공사강행은 많은 충돌을 낳고 엄청난 행정비용을 소모시키고 있다. 이런 갈등의 대부분은 장기적인 논의과정을 거쳐야 할 중요한 국책사업이 충분한 협의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되었기 때문에 나타났다.

물론, 한 사회에서 공공갈등은 일탈적인 현상이 아니라 정상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복수(複數)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기에 공적인 것을 정의하기 위한 논쟁과 토론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근대의 대의제도는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욕구를 충분히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특성상 공공갈등의 증가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이런 갈등이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생산적인 대안으로 발전하려면, 일단 근본적으로 주민이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나 자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신뢰할 수 있게끔 과감한 권한이양이 필요하다. 물론 민주적인 중앙조정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지역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그런 조정역할도 지방정부로 점차 이양되어야 하고, 결국에는 주민들이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방정부와 주민이 실제로 이런 권한들을 활용하려면 서로 의견을 구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토의와 판단에 필요한 관련정보들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또한 결정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서 공론장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은 정책이 미리 계획되어 집행되기 전에 시작되어야 한다.

앞서 소개한 과천시에서의 갈등과 이를 해소해 나간 사례들은 그런 점에서 지방자치의 발전과 관련한 많은 시사점을 전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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