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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쓴 글

재활용 시민운동의 개척자 - ‘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

by 제갈임주 2014. 3. 29.

[과천시의회 지방자치20주년 모범사례 연구]

재활용 시민운동의 개척자 - ‘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

 

 

주말이면 과천의 중앙공원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아파트 단지와 중심상가를 오가는 사람들,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즐기는 시민들... 사람들의 교류와 문화생활의 중심지인 중앙공원에서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주말 풍경은 공원 한쪽에 늘어선 알뜰시장 행렬이다. 자신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돗자리에 펼쳐놓고 옆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은 과천에서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전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이름난 과천에서 백화점 유명 브랜드 매장이 몇 개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이유를 그저 인구 규모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부족하다. 재활용 쓰레기장의 물건을 스스럼없이 가져가는 사람들과 매년 성황리에 열리는 교복 물려입기 행사, 15년 넘게 유지되어 온 재활용품매장 녹색가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과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 속에는 나눔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20년 넘게 생활 속에서 재활용 운동을 실천한 여성환경단체 <푸른 내일을 위한 여성들>(이하 푸른내일)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부들의 자발적인 공부모임에서 출발한 이 단체는 자원재활용 캠페인과 알뜰시장을 시작으로 환경을 의제로 한 생활운동의 영역을 개척했다. 전국 녹색가게의 효시가 된 과천 녹색가게2002년 안국동에 제1호점을 낸 아름다운 가게의 모델이기도 하다. 이 단체에서 제안한 장바구니 들기 캠페인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곳곳에 버려지는 현수막을 재활용하여 장바구니와 보조가방을 만드는 일을 어르신들의 일자리로 연결한 것은 전국의 여러 환경단체에서 취재해 갔다. 매년 신학기를 맞아 여는 교복 물려입기 행사는 과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례행사가 되었다. '이야기가 있는 재활용 패션쇼', '추억이 담긴 생활물품전' 등 테마를 달리한 재활용 전시회도 매년 열렸다. 이렇듯 생활을 통해 터득한 주부들의 아이디어와 실천력을 바탕으로 재활용시민운동의 선도적 역할을 한 푸른내일은 과천시 친환경상품 조례 제정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9년 교보환경문화상 환경운동부문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푸른내일은 1991년 서울 YMCA에서 개최한 생활협동운동을 위한 공동체 교육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그해 6월 과천에서 소모임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과천 1단지에서만 열 명 가량의 회원이 참여했고, 자신들이 얻은 환경 지식을 지역에서 실천하자는 차원에서 그 이듬해 11월에 ‘1단지 자원재활용 캠페인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재활용품을 모아오면 무게를 재어 재생휴지와 재활용 세탁비누로 바꿔주는 일이었다. 과천시에서도 협조를 하여 시에서는 트럭과 물품을 준비해 주었다. 친환경상품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당시에 주민들에게 환경상품을 보급했던 이 캠페인은 최초의 지역 환경활동이었고, 20년이 넘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캠페인을 통해 나온 물건 중에는 처분하기에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았다. 회원들은 그런 물건들을 집에 따로 보관했다가 하루 날을 정해 중앙공원에서 벼룩시장 형태의 알뜰시장을 열었다. 19946월에 시작하여 매월 마지막 주에 열고 있는 알뜰시장은 자원재활용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한결 같이 알뜰시장을 열다보니 시민들은 매주 토요일이 되면 자발적으로 공원에 모여든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필요한 사람들은 좌판을 깔고, 물건을 구경하고 사기 위해 중앙공원으로 나온다.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경제교육의 현장이며 환경교육의 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알뜰시장을 거듭하면서 주민들은 상설매장에 대한 욕구를 갖게 되었다. 어떤 주민은 시에 진정을 넣기도 했다. 1996, 새로 지어진 시민회관 아이스링크 앞에 세 평짜리 매장을 얻어 과천 녹색가게를 열었다. 처음에는 매대에 물건을 펴놓고 파는 수준이었는데, 1997IMF통화위기를 겪으면서 매장을 이용하는 시민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과천 녹색가게는 더 큰 매장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여론에 힘입어 시민회관 2층에 더 넓은 공간을 얻을 수 있었다.

녹색가게는 경기가 나쁠 때 손님이 더 많다. 평소에는 사람들이 백화점으로 옷을 사러 가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IMF 때만큼은 아니지만 요즘에도 하루 60-70명의 사람들이 꾸준히 매장을 이용한다. 지금까지 발급된 이용카드만 해도 9천장, 과천 지역뿐만 아니라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

 

녹색가게가 문을 연 1996년부터 지금까지 재생비누, 세제, 휴지 등을 매장에 진열하고 판매하여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환경상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강좌, 교육,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환경과 녹색구매에 대해 알리는 활동도 꾸준히 전개했다. 2006년에는 녹색구매운동을 펼치는 녹색구매네트워크의 제안으로 생산유통업체와 행정기관의 녹색구매실태를 모니터링하면서, 푸른내일은 녹색구매 운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 활동을 하며 녹색구매 조례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한 회원들은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이하, 푸른경기)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의제실천위원회에 들어가 조례안 만들기에도 참여하였다. 이미 조례를 준비 하고 있던 과천시와는 서로 준비한 조례안을 비교하고 의견을 절충하기 위한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잘 되지 않았다.

2007년에는 녹색구매의 이해, 녹색구매 조례제정을 위한 네트워크 구성워크숍을 열어 지역시민단체와 생활협동조합, 시의회 의원, 푸른경기 등과 조례제정을 위한 협력체계를 마련하였다. 조례제정에 이르는 과정은 다양한 주체들이 꼭 필요한 역할을 나눠 맡아 협력하는 과정이었다. 푸른내일은 주민 스스로의 노력으로 현장 모니터링, 네트워크 형성 등의 노력을 펼쳐 조례 제정의 계기와 에너지를 마련했다. 푸른경기는 이런 노력을 위한 여러 행사와 프로그램들을 뒷받침했다. 친환경상품진흥원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과천의 조례제정을 위한 노력에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었으며 매우 수준 높은 표준조례안을 제시했다. 과천시 조례안의 초안은 풀뿌리 주민자치 활동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이 표준조례안과 다른 자치단체의 사례를 분석해 작성했으며, 서형원, 황순식 2명의 과천시의원은 이러한 과정을 조율하고 연계하는 역할을 하면서 최종조례안을 가다듬고 의회에서 통과를 이끌었다.

 

과천시 친환경상품 구매촉진 조례가 모범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시민단체와 전문기관, 지방의회 등 다양한 관련 집단의 적극적인 참여와 네트워크의 결실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조례 내용도 상급기관 표준조례안을 빌어 형식적으로 고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적용대상기관의 범위를 확대하고 소비자단체나 환경단체 등 실질적으로 관련된 활동을 하는 사람이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녹색구매 조례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는 방향으로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조례가 그렇듯이 녹색구매도 조례제정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과천의 친환경상품 구매촉진조례가 제정되고 나서 1년 동안은 조례의 규정이 잘 지켜졌다. 조례 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푸른내일도 녹색구매에 관한 지역보고회를 개최하고 공무원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제정 이후의 노력들을 하였다. 2009년 과천시의 친환경상품 구매비율은 70퍼센트를 웃돌아 남양주에 이어 경기도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상적인 사업과 주민대상 프로그램을 병행해서 진행해야 하는 단체 사정으로는 모니터링 활동에만 매진할 수는 없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구매비율이 각각 19.2%, 13.8%로 낮아져 역동적인 조례 제정의 과정을 무색케 했다.

공공기관의 녹색구매 의무화를 법으로 제정한 취지는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다. 시민의 계속적인 감시와 참여도 중요하지만, 제정 이후에 조례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지방의회와 정부에게 남겨진 과제라 하겠다.

 

푸른내일은 백퍼센트 주민의 자원봉사로 운영된다. 수익금은 실무자 한 명의 급여를 충당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회에 환원한다. 지역에서는 복지관과 양로원을, 국제구호기관과 연계해서는 미얀마 어린이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한다. 수해가 났을 때처럼 갑작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일을 돕는 데에도 언제나 적극적이다. 이런 단체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일은 지역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중요한 일이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50-60명의 회원을 유지하고 있는 푸른내일이지만 매일 필요한 다섯 명의 자원봉사자를 언제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맞벌이를 하는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젊은 자원봉사자를 찾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도 생각했으나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과 자원봉사자 회원 사이에 균열이 생기거나 그로 인해 단체의 정체성이 훼손될까봐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헌 옷을 취급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먼지와 함께 살아야 하는 3D업종이라고 스스로들 말하지만 회원들의 자부심은 여전히 크다. 20년 전 모임을 시작할 때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일을 회원들은 해냈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나로부터의 작은 실천이 많은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을 바꾸었다. 어려운 시기에는 이웃들의 든든한 울타리 역할도 했다. 환경단체라는 자부심과 회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유대감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 이런 건강한 시민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일이 지방자치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 될 것이다.

 

참고

- 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 홈페이지(http://www.welove3r.or.kr)

- 생활정치연구소 편, 지방자치 가이드북, 모티브북, 2010

- 환경부,2008년 지자체 녹색구매 조례제정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자료,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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