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公益人間/쓴 글

[청소년을 만나는 사람들] ③ 오일화Ⅱ - 함께여는 청소년학교

by 제갈임주 2014. 3. 27.

[청소년을 만나는 사람들] ③ 오일화Ⅱ

 

돌봄의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함께여는 청소년학교
- 사랑․자신을 향한 도전․세상과의 만남 - 

 

2012. 7. 18

제갈임주(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 인터뷰: 오일화(성남 함께여는청소년학교 대표)


장학재단의 후원과 <함께여는 교육연구소>의 지원으로 공간을 마련한 <함께여는 청소년학교(이하 함청)>는 인근 학교의 도움을 받아 여러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학생들과 인연을 맺었다. 검증된 교육과정이 없는 상태에서 세 학년을 감당하는 일은 교사들에게 무리였다. 그리하여 2008년, 중학교 1학년 스무 명과 함께 첫 해를 시작한다.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며 지금은 함청만의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그 내용을 짧은 설명과 질의응답의 형식으로 정리했다.

 

○ 함청에는 사회적 교육서비스를 생전 처음으로 접하는 친구들이 대다수다. 기초생활수급대상 가정임에도 교육지원을 받아본 경험이 전혀 없는 친구도 있다. 성남시에 지역아동센터가 많지만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은 그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그림동화책 교육을 한다. 어릴 때부터 언어․문화적 자극이 부족한 것은 사고력과 학습장애로, 결과적으로는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 경제적으로 또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위기에 처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위기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보내는, 특별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아니다. 부모 역시 상당한 교육을 받았으나 무엇이 문제인지 보지 못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껏해야 학원이나 보낼까, 문화적․ 인문학적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영역의 교육 경험이 없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이 어디서 오는지 성찰할 수 있는 내용의, 자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시민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삶의 문제를 개선할 사회적 노력이 무엇이어야 할지 요즘 무척 많이 고민한다.

 

○ 청소년기는 부모보다 아이들의 비중이 더 크다. 부모로부터 끊임없이 받는 고통을 탄력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부모와의 다름을 이해시키고 자기 정체성을 갖도록 돕는다면 부모의 변화가 없어도 아이들 삶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다. 아동은 부모 비중이 크지만 청소년은 아이들 비중이 더 크다.

 

○ 그만큼 내면의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내면의 힘을 만드는 게 이 일의 전부이다. 외부에 참 증명하기 어렵고 객관화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믿는 것은 아이들 자신의 힘이다. 공부나 성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정체성과 주도성을 갖고 수용적인 힘을 갖추는 것, 이 힘을 만드는 일에 거의 모든 예산을 쓰고 매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 이를 위한 구체적인 교육과정의 형태는 무엇인가?
1, 2, 3학년 학생 수를 비슷하게 구성했다. 학년끼리 형성된 각각의 세력에는 대장도 있고, 졸병도 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해볼 수 있는 공동체의 힘도 있다. 그 공동체의 역동성을 만들어가며 집단 간의 움직임은 보호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성이 보장되면서 한편으로는 누군가 자신들을 보고 있고 지원하고 있다는 것, 그 누군가의 집단이 바로 ‘마을’이라는 사실이 아이들을 긴장하게 하고 자기 주도성을 펼칠 수 있게도 하고 보호받고 있다는 안심도 갖게 한다.
1학년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자존감’이다. ‘넌 참 괜찮은 녀석이야.’ 하는 존중감이 모든 관계 속에서 배어나오도록 하고 작은 것까지 배려하는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공간을 깨끗하고 예쁘게 준비하고, 밥을 먹어도 그냥 밥이 아니라 멋있는 식탁을 차린다. ‘너희는 존중받을 만하고 이곳에서 우리는 너희들과 품위 있게 만나려 한다.’는 마음을 전 방위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들이 최대한 건방져질 때까지 예뻐하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아이들의 자만심이 하늘을 찌를 때 2학년을 맞는다.
2학년이 되면 ‘너희 참 예쁘게 잘 컸어. 사랑도 많이 받았고 사랑할 수 있는 힘도 생겼으니까 이제 도전을 해보자.’ 하고 자전거 여행을 한다. 여학생이든 장애우든 뚱뚱하든 상관없이 모두가 자전거를 타야 한다. 못 타면 끌고라도 가야 한다. 제주도를 한 바퀴 돌고 결승점에 도착할 즈음이면 아이들의 눈빛이 바뀌어 있다. “어른들도 안 해본 자전거 일주를 자신들이 해낸 거죠. 밥 먹고 자전거만 타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출발점에 제가 서 있으면 아이들이 저기서부터 뛰어와요. 테이프를 통과하는 순간의 표정들이 장난 아니에요. 도전에 성공한 쾌감을 느낀 후에는 힘이 더 강해지는 거죠.”
3학년은 다음 시간을 위한 준비기다. 고등학교 과정과 자기 인생을 위한 준비랄까. 자기를 돌아보는 상담코칭도 하지만 집중하는 것은 영상캠프다. 아이들이 여행을 하며 걷고 버스를 타고 사람을 만나고 강아지를 만나는 자신의 모든 기록을 사진으로 남긴다. 아이들은 사진을 통해 세상과 조금씩 만난다. 그렇게 3년의 과정을 다 거치고 졸업을 하면 아이들의 80~90퍼센트는 자기 길을 찾아간다.

 

○ 가족에게 요구하는 역할은?
부모님에게 요청하는 것은 함청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다. 처음엔 아이들 성적이 뚝뚝 떨어진다. 놀아야지, 싸워야지 할 일이 너무 많으니 당연히 성적이 떨어진다. 그래도 처음에 바른 성장에 대한 우리 생각을 명확히 말씀드리고 그 동의하에 들어오기 때문에 상당한 정도 부모들이 따라 준다. 부모모임도 갖는다. 아무리 부모더러 아이에게 “욕하지 마라”, “‘집 나가’란 말을 하지 마라” 당부해도 반복되기 마련이다. 남편 흉은 봐도 어디 가서 아이들 흉은 볼 수 없는 어머니들을 모셔서 자녀 문제로 욕하고 수다 떠는 자리를 갖는다. 그러다 보면 자기 갈등과 스트레스로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부모 역시 자기 긍정성을 찾아간다. 부모가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지지자의 역할만 잘 해도 아이들은 잘 클 수 있다. ♣

  

 

  

  

◎ 사진: 성남청소년지원네트워크 홈페이지

 

 

* 성남청소년지원네트워크․함께여는 청소년학교 홈페이지 http://www.snnet.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