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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由人/끄적끄적

2016. 2. 15. 민서의 독립

by 제갈임주 2020. 2. 29.

독립.
내 나이 스무 살부터 마흔 중반이 되도록 푸념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독립을 딸아이가 한단다. 저도 생각하면 힘들 것이 상상이 되는지 눈물까지 보였지만 그래도 지금 하지 않으면 계속 얹혀 살게 될 것 같다고. 스무 살까지 부모가 키웠으면 이젠 자기 힘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내가 혹시 아이에게 무언가를 주면서 생색을 내거나 보상을 요구했었나? 마음 편하게 받아도 될 나이에 부모의 것과 자기 것을 구분하는 아이가 마음에 쓰여 "부모는 자식에게 대가없이 주는 것이 당연하고 너에게 더 주고 싶다"고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해도 아이의 뜻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였다.

동네 아줌마들이 모이면 입버릇처럼 하던 "스무 살이면 내보내야지"라는 말을 정작 나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그 순간을 가장 먼저 맞게 됐다. 이 길로 나가면 같이 사는 건 이제 끝일 텐데, 아직 함께 살며 더 나누고 보여주고 싶은 게 남았는데.. 마음 속엔 허전함과 아쉬움이 가득 차 오른다.

민서는 혼자가 되는 게 좋아서 독립을 하려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함께 살더라도 자기의 영역과 경계를 가지고, 그리고 어울려 살고 싶단다. 지극히 건강하고 나무랄 데 없는 생각이다. 불안과 걱정, 충고와 잔소리.. 하마터면 뱉을 뻔한 이것들은 모두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자식의 분리를 막고자 하는 부모로서의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지켜보는 일이다. 그리고 어려움에 혹여라도 기댈 곳이 필요할 땐 두 팔 벌려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일, 그 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오늘은 그동안 찾지 않았던 신을 향해 기도를 하고 싶은 밤이다.
앞으로 겪게 될 모든 시행착오와 경험들 속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 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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