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2012 제작)
1962년, 재판정에 선 독일 전범 아이히만은 기소내용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자신은 법과 상부의 명령대로 집행했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예상했던 악의 실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며 한나 아렌트는 충격을 받는다. ‘악’이란 이기심이나 나쁜 의도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평범한 인간이 생각하기를 포기하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것임을 깨달은 아렌트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나간다.
기사문을 통해 수백만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건을 두고 인간의 본질-악의 평범성-을 설파하는 그녀에게 엄청난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지만 그녀는 결코 글 쓴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감정의 소용돌이 한가운에 있는 대중 앞에서 담담하게 객관을 논하기란 공격받을 것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객관의 내용이 비난의 손가락을 치켜 세운 이들의 벌거벗은 몸을 비추는 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가족과도 같던 친구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집스럽게 글을 쓰고 후회하지 않았던 까닭은 다음의 내용을 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라도 생각하기를 포기하면 유례없는 악행을 저지를 여지가 생긴다. 생각을 표명한다는 건 지식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을 말하는 능력이다. 예기치 않은 일이 닥칠 때 사람들이 생각의 힘으로 파국을 막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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