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원문출처: http://durl.me/6sze3d [기획] 과천 여성들의 '풀뿌리 활동사' - 공천파티 열어 시의원 후보 뽑고 보좌 역할 나눠서 하는 실험 기획 중
왜 남자들만 후보로 나온대요? 2014. 4. 14 지난 3월29일, 경기도 과천 붕붕도서관을 나서는데 문에 ‘공천파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시민들이 직접 시의원 후보를 뽑았단다. 포스터를 보고 사흘이 지난 4월1일 오전 10시, 협동조합 카페 ‘통’에서 과천 풀뿌리 여성들을 만났다. 서형원을 지지하는 이유를 물으려 만났지만, 이들은 과천 풀뿌리 얘기에 더 흥이 올랐다.
‘동화’ 같은 만남
이들이 풀뿌리 운동에 함께한 이유는 ‘동화’ 같았다. 주혜정씨는 서형원 후보의 피아노 선생님으로 만나서 풀뿌리 운동에 깊숙이 들어왔다. 주부 성의현씨는 10여 년 전, 초등학교 학부모회에서 당시 과천에 살던 하승수 녹색당 대표를 만나 시민운동에 뛰어들게 됐다. 서울 도봉구에서 기초의원을 했던 추경숙씨는 2007년 과천으로 이사와 마을기업 ‘바오밥나무’를 운영하고 있다. 비닐하우스촌 꿀벌마을이 고향인 문인순씨는 2008년 겨울, 식수 파동을 겪으며 서형원 시의원을 만났다. 당시 지하철 경마장역에서 수도가 터지는 바람에 지하수를 뽑아 쓰던 꿀벌마을 사람들이 한겨울에 물 기근에 시달렸다. 일흔의 할머니가 “얼음을 녹여서 설거지를 한다”며 눈물을 흘리던 때였다. 문씨는 “서 의원을 만나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되고, 좋은 이웃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에 살며 언제나 공무원을 피해 다녔던 그에게 시의원은 하늘 같은 사람이었으나 서형원은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싱글맘으로 8살 아들을 키우는 문씨는 기꺼이 자신의 비닐하우스를 붕붕도서관에 내주었다. “평소에는 여성들이 풀뿌리 운동의 주인인데 선거 때만 되면 남자들이 후보도 하고 사무장도 해요. 선거가 끝나면 풀뿌리 조직과 연계도 약해지고요.” 추경숙씨는 시민이 공천권을 가지는 공천파티가 만들어진 이유를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정치를 하자 했지요.” 과천 풀뿌리는 지난 1월23일부터 회원을 모았다. 120명의 회원이 모였고, 3월22일 공천파티를 열었다. 80여 명이 모여서 뽑은 무소속 풀뿌리 후보는 안영씨와 제갈임주씨다. 모두 지역에서 오래 풀뿌리 활동을 해온 40대 여성이다. 과천에선 풀뿌리 운동이 활발하지만 상근자를 두는 조직은 거의 없다. 상근자를 둘 만한 인구 규모가 되지 않아서다. 그러나 ‘잠복된 네트워크’가 열정을 당기는 일을 만나면 확 타오른다. 붕붕도서관이 그랬다. 직업적 활동가는 훌륭하지만 직업적 활동은 위험한 딜레마가 여기엔 없다. 과천 풀뿌리는 시의원을 보좌하는 역할 하나를 여럿이 함께, 시간을 나눠서 하는 실험도 기획하고 있다.
과천은 작은 도시다. 면적 36km²에 반지름 3km, 녹지가 89.5%를 차지한다. 주거환경도 녹색을 부추긴다.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는 이렇게 설명했다. “과천은 집이 좁아요. 열 몇 평이 가장 많고, 27평이면 되게 넓은 거죠. 집 안에 뭔가를 갖추고 살려는 사람은 살 수가 없어요. 밖에 나와서 자연과 벗하고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 비싼 주거비를 내면서 살 이유가 없죠.” 누군가에게 ‘녹색 강남’인 도시는 짐작과는 다른 얼굴도 가졌다. 반지하 가구가 전국에서 손꼽힐 만큼 많고, 세입자 비율도 높다. 탄탄한 풀뿌리는 생활에서 나온다. 생활협동조합 가입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공동육아 모임 4개와 대안학교 1개가 있다.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현수막이 가정집 베란다에 가장 먼저 걸린 곳도 과천이었다.
과천=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참고 문헌 ‘부모됨·이웃됨·시민됨-과천시 풀뿌리 시민운동의 형성과 도전’, 송준규, 서울대 인류학 석사논문, 2012년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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