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출처: 지역재단 http://www.krdf.or.kr/xe/59916
정치적 문턱을 낮추고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천 풀뿌리
2014. 5. 19
※본 글은 진종석 과천풀뿌리모임 공동추진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과천풀뿌리모임의 시의원 후보 선출 행사
과천은 풀뿌리 운동이 활발히 움직이는 지역 중 하나이다.
과천 풀뿌리모임은 과천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풀뿌리 활동을 하고 있던 분들이 모여 과천의 정치를 상상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풀뿌리들의 정치를 상상하다’
2013년 11월 18일 과천의 생협, 교육‧복지‧환경단체, 공동육아, 대안학교,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 경제조직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오픈컨퍼런스를 열었고, 과천의 ‘정치’를 주제로 주민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주민들이 정치에 기대한 것은 큰 변화가 아닌, 실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지원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과거부터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제약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알고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열망했다. 그러한 열망들과 기성정치에 대한 회의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시민들이 직접 후보를 정하고, 시민을 대변할 수 있는 일꾼들을 만들자고 제안을 하면서 풀뿌리모임이 첫 발을 내딛었다.
‘내가 만드는 시의원 모임 ’
2014년 1월, 컨퍼런스 이후 고민을 나눈 시민들은 과천 시민사회 이웃들에게 ‘내가 만드는 시의원’ 모임을 만들어 시의원 후보를 시민들이 직접 결정하는 절차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실제 시민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는 후보가 지방의회에서 일한다면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제안을 한 것이다. 그리하여 제안 이후 1월 23일 3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정치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나누었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더 수렴하고 이후의 선거를 책임 있게 준비하기 위해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선거에 나가려는 개인(또는 소수의 집단)이 출마를 결심하면 이웃들이 지지를 표하고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 그러나 후보가 아닌 다수의 동네 사람들이 선거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후보를 정하는 단계부터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에, 이번 선거에서는 시의원 후보를 동네 사람들이 직접 결정하는 절차를 만들려고 합니다.”
● 후보가 지켜야 할 원칙
시민직접선출, 의원 교대제(2회 초과 출마제한), 재선 시 동일한 선출과정 적용,
활동공유의 의무, 자원과 권한의 배분 등 (2014.1 제안서 중)
운영위원회 구성 이후, 몇 번의 모임을 통해 모임의 활동계획, 역할, 시의원 후보 선출과정을 구체적으로 계획하였고, ‘과천풀뿌리정치모임’이라는 가칭으로 회원 모집을 시작하였다. 회원 모집과 동시에 시의원 후보 추천을 실시하였는데, 과천풀뿌리모임 회원들에게만 추천·피추천 자격이 주어졌고, 50인 이상의 추천인 서명을 받아야만 시민후보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루어졌다.
우리 손으로 직접 시의원 후보를 뽑아요! ‘시민공천파티’
투표를 위해 줄 서 있는 풀뿌리모임 회원들
풀뿌리모임 선관위원들의 개표
풀뿌리모임에서 50여 명 이상의 주민 추천을 받아 2명의 시민후보가 나왔고, 지역구별로 1명씩 선출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두 명의 후보에 대한 회원들의 찬반투표를 통해 예비후보를 선출하였다. 두 명의 후보는 과반수이상의 찬성표를 받아 시민들에 의해 시의원 예비후보가 되었다(당시 회원 수 121명, 각각 시민후보 투표자수 69명, 찬성 66표, 반대 1표, 무효 2표로 같음). 그것도 오래전부터 지역의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는 두 분이 선출되었다.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추천하고, 투표를 통해 예비후보로 선출하고, 시의원 후보로 등록한 것은 참여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한 큰 성과라 볼 수 있다.
모임 만들기 어렵다? NO!
현재 풀뿌리모임에는 150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그 안에서 공동추진위원장 2인(남, 여1), 추진위원 15인이 구성되어 있다. 추진위원 내에서 홍보와 기획을 맡고 있고, 모임의 재정 담당은 따로 없다. 풀뿌리모임은 회원 가입 시 평생회비 만원을 납부하는 것 이외에 비용이 드는 일이 없다. 주로 지역 내 협동조합 카페에서 모임을 갖는데 장소 사용료(5,000원)를 내고, 차는 직접 가져오고, 개인 컵 등을 사용해 정기적인 모임에서도 특별히 드는 비용은 없다고 한다. 이들은 모임을 운영하는데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품을 팔아서 지역에 기여하고자 한다. 회원들은 자신들이 하는 교육, 복지, 문화 등 모든 활동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공동체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활용하고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오래된 네트워킹, 자유로운 네트워킹
풀뿌리모임 회원의 대다수는 오랫동안 과천지역에서 풀뿌리 활동을 해 온 분들이어서 기존부터 잘 알고지내 온 사이이며 그 관계가 오랜 기간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회원들 간의 단합이 잘 된다고 한다. 지금은 SNS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연락을 하고 있다. 현재 회원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공지사항을 전달하기도 하고 지역에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예비후보의 경우 SNS에 주간 일정을 올리면 사람들이 자유롭게 응원의 댓글을 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후보가 있는 곳에 가서 지원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지원은 선거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내의 활동을 말하는데, 회원들이 후보에게 많은 지역민들을 소개해 지역민들의 애로사항을 후보자들이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한다. 후보자들이 주민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선거 지원과 관련해 풀뿌리모임 회원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 내에서 자발적으로 후보자를 지원하고 있다.
상상하는 정치, 실현하는 정치로
과천 시민들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고, 그들을 대변할 예비후보를 선출했다. 한 단계 나아가 선출 이후부터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후보자와 지속적으로 토론을 하고, 안건을 만드는 등 회원들이 가진 재능을 활용하여 후보자를 지원하려고 한다. 모임의 1차적 목표는 선출된 후보의 당선이기 때문이다.
예비후보가 정식 후보로 등록이 되면 풀뿌리모임의 회원들은 선거 운동원이나 자원봉사자로 등록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는 사조직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선거 이후에는 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먼저 모임에서 나온 예비후보가 당선이 될 경우 총회를 통해 시의원을 도와줄 활동가들을 모으고, 조직의 재구성과 세부적인 내부규칙, 규정집 등을 새로이 할 예정이다. 그리고 늘어나는 회원들의 의견을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만들 계획이며, 열린 모임을 지향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풀뿌리모임은 앞으로도 어떠한 정당에 기반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예비후보를 선출하며, 과천의 살림살이를 정당하게 집행 할 수 있도록 나아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에필로그
인터뷰에 응한 진종석 추진위원장은 풀뿌리모임이 그동안 해온 활동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자료집으로 만들어 전국에 배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풀뿌리모임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국내에는 참고할 수 있는 사례나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과천 풀뿌리모임 사례를 통해 시민정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진 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기초의원들 뿐만 아니라 시민의 대표는 당이 아니라 시민이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다른 사람 나무랄 필요도 없고, 시민이 책임을 다해 권리를 찾자는 것이다. 당에서 공천한 사람은 시민이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주로 전문업 종사자가 많아 지역의 참 일꾼이 될지 의문이 생기기도 하며, 지역의 문제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민들이 자신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지역의 참 일꾼을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풀뿌리모임의 많은 분들이 본업이 있고, 풀뿌리모임 외에도 지역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물론 바쁘고 힘이 들지만 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모이는 이유는 모두 다 같이 잘 살기 위해서다. 혼자서도 돈을 많이 벌고 잘 살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다 같이 잘 사는 것이 더 즐겁고,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글, 김주은커뮤니케이션팀 담당
* 이 글은 지역재단 소식지 <지역리더> 38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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