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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쓴 글

다양한 실험과 이웃을 품는 도심의 활력소-문래옥상텃밭

by 제갈임주 2014. 3. 27.

 

 

다양한 실험과 이웃을 품는 도심의 활력소-문래옥상텃밭

 

 

2012. 11. 4

* 정리 : 제갈임주(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인터뷰 : 강내영 (이음 운영위원, 문래동 주민)

 

<문래옥상텃밭>은 서울 문래동 예술촌 한 건물 옥상에 자리하고 있다. 문래역 근처에 위치한 ‘예술촌’은 원래 철공소 밀집 지역이었다. 도심 속 철공소들은 점차 쇠퇴했으나, 높은 집값에 밀려난 홍대 앞 예술가들이 이 지역으로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예술촌’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문래옥상텃밭>은 말 그대로 건물 옥상에 만든 텃밭이다. 쓰레기만 뒹굴던 회색 콘크리트 옥상을 텃밭으로 일군지는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주말마다 이웃들이 모여 웃고 떠들고 음식을 나누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되었다.

 

 

 

 

문래옥상텃밭은 2011년 초, <여성환경연대>가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기획하여 시작된 사업이다. 여성환경연대는 먼저 동네 예술가들에게 이 사업을 제안하였고 텃밭을 관리할 활동가도 지원하였다. 초기에 텃밭이 유지될 수 있었던 데에는 활동가의 역할이 컸다. 처음에는 예술가와 철공소 주인, 청년들이 많이 결합하였는데 올해 ‘옥상농부학교’를 연 이후에는 동네 주부들이 부쩍 늘어났다.

 

문래 텃밭의 중요한 특징 한 가지는 개인 분양이 없다는 것. 텃밭 회원들은 각자 와서 필요한 채소를 따 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2주마다 열리는 워크숍 때 모여 공동 작업을 한다. 이날은 작업 전체를 지도할 분을 모신다. 다들 농사에는 아마추어인지라 계절에 따라 일감을 지시할 사람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운영 체계는 아주 느슨한 구조다. 회칙도 회비도 없다. 순전히 주민의 자발성에 의존한다는 말인데, 참여하는 사람이 재미있으니 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결합력을 유지하는 장치는 있다. 바로 물당번, 이들이 곧 운영단이다.

그래도 운영비는 필요하지 않을까? 물세와 전기세를 포함해서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이제까지는 여성환경연대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남아있어 그것으로 충당하면 되었지만, 내년 고민은 이제 시작해야 한다. 그때그때 먹을거리와 행사에 필요한 경비는 십시일반으로 조달한다.

옥상텃밭의 생존을 위한 관건은 건물주다. 동파문제, 하중의 문제 등으로 우호적인 건물주를 만나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건물주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는 상황이니 매우 불안정하다. 그래도 다행히 지금 건물 주인과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이 지향하는 옥상텃밭의 상은 ‘플랫폼’이다. 누구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상상하는 것들을 펼칠 수 있는 곳이다. 그동안 여러 실험들이 이 안에서 이루어졌다.

한 가지 예만 들자면, 지렁이를 길러 분변토를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이 일을 주되게 담당했던 청년이 있었다. ‘지렁이총각’으로 불리던 그는 이 경험을 가지고 다른 몇 명의 친구와 함께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왜 문래옥상텃밭에서 얻은 기술을 개인적으로 쓰냐?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있다면 제지해야 되는 게 아니냐?” 사람들 사이에는 여러 논쟁이 오갔지만, 결국 “그러면 어떠냐? 그렇게 해서 한 청년이 자립을 했고, 서너 명의 청년이 먹고 살게 됐는데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며 앞으로도 누구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고, 그것을 품어주는 플랫폼의 공간으로 삼을 것이라는 결론을 집단적으로 내리게 되었다.

 

서로 모르고 지내던 이웃들이 텃밭을 통해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재미있는 일들은 더욱 많아졌다. 침체된 동네에 새로운 활력이 생긴 것이다.

예컨대, 예술촌의 한 친구는 예술촌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 중 한 코스로 옥상텃밭을 넣었다. 예술가들은 철공소 주인에게 자기 작품에 필요한 물건을 주문한다. 텃밭을 통해 예술촌 안으로 들어온 목수 한 분은 텃밭에 필요한 탁자를 만들었고, 이를 본 회원들이 그 공방에서 목공을 배우게 되었다. 옥상을 찾는 이들은 항상 손에 먹을 것들을 조금씩 들고 올라온다. 술과 음식, 삶의 이야기가 오가는 이 공간에서 재미난 사건들이 만들어진다.

 

“예술가들은 매달 공연을 하지만 주민들은 정보가 없어 이를 즐기기가 쉽지 않은데, 텃밭에 오면 자연스럽게 예술가들과 친해지니 공연이나 아트벼룩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서로 다른 이웃들이 어울리게 되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옥상텃밭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래동 주민이면서 텃밭 회원인 강내영 씨는 텃밭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

 

 

문래옥상텃밭 인터넷 카페 http://cafe.naver.com/mullae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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