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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의정일기

일기의 시작

by 제갈임주 2014. 6. 24.

'의정일기'니 말 그대로 일기를 쓰기로 하자. 지금 이 시점부터.

 

선거를 거치며 많은 일을 겪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알게 된 사실 중 한 가지는 평소 내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음으로 인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다.

나는 합의나 결정을 해야하는 공식적인 순간이 아니면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해 논쟁하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첫째, 좋아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가져도 모자랄 판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서이다. 둘째, 다른 생각을 드러내면 상대방이 서운해하거나 나를 싫어하게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셋째,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이 정작 내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실은 예전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모두 살아온 환경과 경험의 맥락 속에서 생각이 형성되니 설령 나와 달라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어떤 결정을 하거나 행동으로 옮길 때에는 내 생각이 드러난다. 게다가 고집스럽게 내 생각을 고수하니 독선적으로까지 비친다.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했던 나의 생각과 행동에 낯설음과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말하지 않음'은 소통에 큰 장애를 가져다주며 결과적으로 관계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배웠다. 이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이제까지 그냥 접어두었던 많은 말들을 성실하게 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이곳을 통해 글로도 써보려 한다. 

 

글을 쓰려는 이유를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변화된 내 위치 때문이다. 동료들과 같은 선 상의 활동가에서 의원으로 갑자기 내 위치가 변해버렸다. 활동의 공간과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니 서로 고민하는 내용도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도마 위에 오를 일이 많아질 것이며 직접 소통하지 않는 데서 오는 오해도 많이 생길 것이다. 각자가 가진 고충들이 충분히 나눠지지 않고 서로를 향한 원망과 질타가 공중을 오갈 수도 있다. 시민후보를 내고서 지지한 집단과 의원이 좋게 끝난 사례는 이제껏 없었고 나라고 비껴갈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오늘 회의에서만도 예전과는 다른 예민함들이 느껴진다. 신뢰보다 불신하기가 더 쉬울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인 글로라도.. 나의 생각과 진심을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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