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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쓴 글

애들은 가라구요?

by 제갈임주 2008. 7. 5.
애들은 가라구요?
우정병원을 취재한 과천중앙고 방송반을 찾아서
 
박병선.제갈임주 시민기자
 
  얼마전 과천시청 홈페이지에 과천중앙고등학교 방송반 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우정병원에 청소년들이 드나드는 것을 제보한 시민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작성한 사람으로서의 반가움과 건강하게 자라고 있을 청소년을 만난다는 기대에 부풀어 이들을 찾아갔다.
 
 학생들의 점심시간,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식사를 마친 듯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장난치는 모습이 보이고, 반 이상을 둘러치고 공사를 하고 있는 좁은 운동장에서 축구는 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마음에 기대와 호의가 있기 때문일까, 오랜만에 교정에서 보는 아이들은 굉장히 어른스럽고 의젓해보였다.방송실은 본관 2층에 있었다. 두꺼운 방음문을 두드리자 제법 굵직한 목소리의 대답이 문을 열어주었다. 여러 가지 방송장비들 사이에 놓인 탁자에서 네 명의 친구들이 역시 기대와 멋쩍음이 뒤섞인 표정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동네신문이지만 기자들을 만난다는 것에 설레는 것이리라.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우정병원 이야기를 꺼냈다. 이미 파출소와 방범지구대에 협조를 구해 경찰관과 함께 우정병원을 취재하고 현장관리인을 만나보았다고 했다. 영상도 80%는 만들어두었단다. “청소년들이 드나든다길래 호기심이 생겼죠. 아직 공사중인 건물에 들어가보고 싶기도 했구요. 가 보니 이런 건물이 몇 년 동안이나 방치되고 있다는 게 신기하더라구요. 해서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세워져 있는지 조사하고 싶었는데, 어디에 어떻게 물어봐야 좋을지 모르겠더라구요. 시청 건축과 같은 곳에 물으면 면박을 당할까 걱정되기도 하고...”
 
  정말 그렇겠구나 싶었다. 솔직히 나도 고등학생들이 업무에 대해서 물어보면 다소 경시하는 마음이 들텐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잠시 어른들의 태도에 대해 반성을 하고 왜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물었다. 의도가 뻔한 어리석은 질문이었지만 역시나 대답은 명쾌했다.
  “대회에 공모하려고 했지요.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상금도 나오고 대학진학에도 유리하니까.” 역시 아이들이 가장 절박하게 느끼는 현실은 입시였다.“
 
  (입시)공부와 동아리 활동을 병행하기는 어려워요. 촬영 간다고 하면 엄마한테 혼나죠.(웃음) 기획이나 편집회의 할 시간을 잡기도 힘들구요. 그래도 시험기간에는 올스톱이에요. 이번 (우정병원)영상을 만드는 일에도 1학년 두 명, 2학년 세 명만 참여했지요. 하지만 몇 명이라도 열심히 하니까 서로 힘이 돼요. 아는 게 없으니까 기사거리 찾기도 힘들어서 지역신문을 거의 모두 읽고, 시청 홈페이지 등 과천에 관련된다 싶은 곳에는 수시로 들어가서 찾아요.”
 
  적절한 주제가 포착되면 취재를 시도한다. 학교나 어른들로부터는 지원도 간섭도 거의 없다. 취재나 영상제작에 대한 기술도 안양이나 군포에 있는 청소년 시설을 직접 찾아서 이용한다. 작년에는 청소년들의 밤문화를 촬영하기 위해 평촌 학원가를 다니며 배회하는 학생들을 찾아 나섰고, 과천시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모 교회의 취재를 시도하기도 했단다. “왜냐구요? 궁금해서죠. 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찍기도 하지만, 궁금한 걸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찍기도 해요. 영상을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고.. 사람들이 영상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 것 아니예요? 그런 걸 상상하면 재미있죠.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사실이 재미있어요. 나중엔 방송국 PD로 일하고 싶어요. 동아리에서 지내다보니 그런 마음이 들었죠. ”
 
  서로 만난 것을 축하하고, 다음엔 마을신문을 인터뷰하겠다는 약속을 남기며 점심시간의 짧은 만남을 마쳤다.
 
  이들은 궁금한 것이 많다. 아무도 알려주는 이 없고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찾을 뿐이지만 이 또한 아이들이 세상을 만나는 나름의 방식이다. 취재를 하는데 학생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느끼게 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공부나 할 것이지, 애들이 뭘 알아서’라는 어른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가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시가 아무리 힘들고 기성세대의 시스템이 아무리 완고해도, ‘아이들은 보고 있다.’ 그야말로 후생이 가외다.

 - 박병선, 제갈임주 기자
 
2007/10/03 [10:32] ⓒ 과천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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