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28
2018년 2월의 마지막 날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이날은 과천시민 300여 명이 관광버스 7대에 나눠 타고 광화문 서울청사로 향한 날.어둡고 습한 공기가 하늘을 덮은 이른 아침 우리는 서울로 향했다.
약간의 긴장감과 묘한 흥분이 사람들 사이를 오갔다. 모인 사람들은 과천공대위(정부과천청사이전 과천공동대책위)를 비롯해 주민자치위원과 통장, 관변단체, 상인회, 각종 봉사단체부터 학부모들까지 행정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시민들은 다 모인 듯했다. 기획감사실, 총무과, 도시정책과 등 공무원들도 대거 동행했다.
광화문 서울청사 별관에는 행안부‧과기부 세종시 이전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별관 1층에서 허가증을 받고 공청회장으로 올라가던 과천 시민들은 2층 계단에서 경호원들에게 저지당했다. 밀어부치고 끌어당기는 몸싸움으로 더욱 흥분한 시민들은 경호망을 뚫고 3층 공청회장을 점거했다. 무대로 올라가 현수막을 펼치고, 청사이전 무효, 공청회 철회를 외쳤다. 순식간에 펼쳐진 아수라장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장, 시의원 후보들-주로 의원들-이 앞장 서 구호를 외치고, 성난 시민들은 책상위에 올라가고, 청사이전으로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몇몇 상인은 눈물과 분노로 발언을 이어갔다. 이 모든 광경 앞에 고개를 떨구고 허공을 응시한 채 가만히 앉아있는 시장의 모습을 본 나는 속이 쓰렸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현재 수준이란 말이지. 시민들을 앞세우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너희가 책임지라는 듯 참담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한 시의 수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시장의 참 의도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회자되는 의혹대로 결과는 돌아갔다. 청사이전 백지화를 외치는 대신 대안을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에게 사람들은 야유를 쏟았고, 격앙된 시민들은 자리에 없던 민주당 국회의원을 찾았다. “아니, 이 자리에 정작 있어야 할 신창현 의원은 왜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거야?”, “어디 있어? 당장 나와!”
과천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하는 과천시장 삭발식(사진제공:과천시)
하지만, 속상한 것은 이 모든 것이 통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함께 간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한동안 과천거리에는 시장에 대한 칭찬이 회자되었다. 여자가 대단하다고, 마음이 짠하다고.
시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정치라던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뒤에서 품평회나 하고 있는 내가 정치의 하수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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