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해소하는 정책결정 과정 1
유난히 길었던 추석연휴와 함께 올해 과천축제가 막을 내렸다
누리마축제라는 타이틀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소제목으로 내려앉았고, ‘과천축제’가 본 제목의 자리를 되찾았다. 관람객 수를 부풀리게 보이려고 한 곳에 몰아넣은 공연장은 우물터와 중앙공원, 온온사로 다시 흩어졌고, 이로써 관객과 배우의 교감이 가능한 소규모 거리공연의 맛이 되살아났다. 기대와 호평을 부르는 작품이 여기저기 펼쳐져 날이 갈수록 밖으로 나오는 시민이 많아졌다.
이번 축제의 가장 빛나는 관객은 아이들이었다. 다음 공연을 보려고 아빠 손을 잡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흥겹게 뛰어가는 아이, 호기심 어린 동그란 눈으로 앞자리를 메운 어린 관객들, 즉흥 참여로 배우와 호흡을 맞춰 작품의 전체를 완성시킨 꼬마 배우를 보며 사라지는 과천축제를 아쉬워하던 청년-10여 년 전의 어린이 관객-들을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 2017년 과천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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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은 과천축제의 수난기였다.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20년간 운영된 과천축제를 ‘말’을 핵심 테마로 한 관광형 축제로 바꾸려는 새 시장의 강한 의지가 시민들과 충돌했다. 과천축제를 지속해 온 집행부의 기량과 소신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시와 의회의 줄다리기로 축제 예산은 이태 연속 삭감과 조건부 통과를 반복하며 겨울과 봄을 맞았다. 이러한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사업을 수행해 온 축제재단 사무국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게 7년, 10년 이상 장기 근무한 직원들의 퇴사를 맞아야 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15년 3월 12일. 세 그룹의 사람들이 모였다. 과천축제를 사랑하는 청년들, 기존 축제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는 학부모 모임, 그리고 관내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들이었다. 축제 방향 재설정을 위한 연구용역의 결과를 받아보고는 시(市)가 원하는 결론을 얻기 위해 끼워 맞춘 그 억지스러움에 놀라 용역 내용을 공유해 의견을 듣고 대처방안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모신 분들이었다.
◎ 과천축제를 주제로 한 ‘과천궁사’의 토론내용 (정리: 이한진)
무슨 기준으로 세 그룹을 정했느냐고 묻는다면, 축제와 가장 관련 있는 시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분히 자의적인 기준이었지만, 그리고 의원 개인이 그렇게 모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도 되었지만 시나 의회 차원에서 의견수렴의 자리를 만든다면 축제를 누구보다 즐기고 사랑해온 주민과, 관련 영역의 시민들이 초대 대상 1순위가 될 거라 판단했던 까닭이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과천궁사(과천의 축제가 궁금한 사람들)>라는 모임을 만들고 이내 활동에 들어갔다. 우리가 바라는 축제의 모습, 축제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가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다. 가능한 실천으로 1천 명의 온-오프라인 시민설문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6월 말에는 말 축제에 대항하는 프린지 페스티벌, <‘말’ 안 되는 시민예술제>를 신나게 치러냈다(물론 일을 해나간 사람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2015년 과천 <‘말’ 안 되는 예술제>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과천시민예술제‘
뒤돌아보면 서러운 시간이었다. 귀 막은 행정과 소통할 수 없는 시민들은 없는 시간을 쪼개고 필요한 돈은 십시일반 걷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시민의 마음을 알아주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2015년의 3종 세트, 승마‧캠핑장과 말 축제 관철을 위해 과천시는 찬성할 시민만을 바라보고 설득해나갔다. 마치 차안대를 하고서 앞만 보고 달리는 말처럼, 자신만의 목표물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민선 6기 초창기 과천시가 보여준 행동은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더 증폭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행정이 어떤 정책을 펼칠 때 반대하는 이들에 맞서 찬성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은 문제해결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 2015년의 홍역 이후 더욱 관심을 갖게 된 ‘사회적 갈등’, 그 해결책을 고민할 때 다가온 나라가 스웨덴이었다. 20세기 초 유럽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노동자 파업일수가 세계 1위일 정도로 사회갈등이 극심했던 스웨덴이 어떤 방법을 통해 갈등을 정책으로 수렴해 왔는지, 한 가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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