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저녁은 참 대단한 하루였습니다.
동네 한 아이가 없어진 걸 알게 된 후 거의 정신이 반은 나간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것이 아니었어요. 많은 이웃들이 불안과 걱정, 아무 일 없기를 바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시내와 외곽 산을 샅샅이 훑으며 새벽까지 보냈습니다.
경찰, 소방대, 아파트 경비초소와 방범대, 의용소방대와 산악구조대까지 과천에서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과 단체가 총 출동했고, 직접 찾아나선 이웃이 족히 백 명은 되었던 것 같습니다.백 명, 이백 명 카톡 방에서는 실시간 중계가 이뤄지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일어난 일과 서로의 할 일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저는 남편과 짝을 지어 아이를 찾던 중에 양복을 입고 무전기를 들고 있는 두 명의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중 한 분이 경찰서장이었지요. 다음 날 출동명령이 내려져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는데도 과천 경찰서에서는 두 개 중대를 풀어 수색작업을 펼쳤습니다. 서장님의 말로는 주민들이 이렇게 가세해 찾으니 경찰도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아이는 (경찰이) 새벽 두 시반에 찾았고, 무사히 부모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집 근처를 살피던 이들, 카톡방을 바라보며 뜬 눈으로 밤을 함께 새우던 이웃들도 소식을 듣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찾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기쁨, 그리고 감동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서야 감동을, 우리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누구는 중앙센터가 되고, 누구는 연락을 맡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가고, 도서관을 뒤지고, 시내를 샅샅이 찾는..
저는 이 과정을 겪으며 안전한 마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안전한 마을은 '관계망이 살아있는 마을'이라는 확신이 더욱 굳어지게 되더군요.
안전하려면 동네 평상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것을 정책으로 삼으면 웃음거리가 되겠다 싶었는데, 뭐 방향은 그럴듯하게 맞춘 것 같네요.
그날 서로에게서 확인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세월호 사건으로 더욱 단단해진 마음들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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