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춤 추는 과천시의회, 예산심의 기준 제시해야 < 기고 < 사설/칼럼 < 기사본문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joongboo.com)
과천시의회는 지난 9월 4차추경예산 심의에서 관내 단체들이 경기도 공모사업에 응모해 받아온 6개 사업예산을 삭감했다. 이에 과천시는 의회에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의회는 ‘장시간 토론 끝에 삭감된 예산안을 2주만에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제출한 것은 의회 심사결과를 비웃는 처사’라며 시를 비난했고, 시는 ‘정당한 사유없이 삭감한 예산을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고 회의를 마쳤다’고 유감을 표하며 의회를 비판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심의한 의회 결정을 우리는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결정에 누군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의회는 또한 성실히 답할 의무가 있다. 예산삭감의 이유가 정당하다면 토론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시가 제출한 안건은 심사·의결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회의규칙을 저버리면서까지 의사일정변경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안건을 삭제하고, 의원의 토론과 발언 요구도 무시하면서 회의를 파행으로 이끄는 4명의 야당의원들을 보며, 브레이크 없는 질주의 끝이 어디일까 생각하게 된다.
10월 8일, 5회 추경에 상정되지 못한 6개 경기도 공모 사업예산은 3가지 종류다. 첫째, ‘시군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 추진사업’으로 과천문화원, 아리수, 연극놀이터 해마루 등 단체가 응모해 선정됐다. 둘째는 ‘경기도 문화의 날 문화예술지원 프로그램’으로 한국효문화센터, 과천문화원, 아리수가 선정됐으나 의회는 효문화센터를 제외한 2곳의 사업예산을 삭감했다. 셋째는 마을기업 육성사업 예산으로 지난 해 12월 경기도 예비마을기업으로 지정된 별별문화기획 협동조합의 사업 예산이다.
특이한 점은 공모에 선정된 71개 사업 중 오로지 과천만 예산이 편성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유독 관내 단체들의 사업이 형편없어서 받아온 예산도 뺏길 만큼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시의회 결정이 타당했는지 우리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 과천시의회 의결은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심사내용의 문제다. 해당 사업 모두는 이미 경기도 심의과정을 통과했다. 사업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관련 지침과 심의기준에 맞춰 가려낸 사업이며, 응모한 단체들로서는 타시군과 경쟁하여 인정받은 성과다. 문제는 이 결과를 뒤집은 시의회가 과연 도 심의를 능가하는 전문성과 타당성을 보여주었는가다. ‘사업기준과 범위가 포괄적이다’, ‘일제잔재 청산은 동의하나 일본을 적으로 돌리면 안된다’, ‘큰 마음으로, 전국민을 안을 수 있는 부분으로 가면 좋을 것’이라는 등 의원들은 모호한 발언을 쏟아냈다. 사업범위가 포괄적인 게 문제라면 어느 영역에 국한해야 하는지, 일제잔재 청산이 일본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라서 불가하다면 공모에 참여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말인지, 전국민을 포용하도록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없이 취향을 논하듯 발언하는 의원들의 심사가 과연 바른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는 비용분담의 문제다. "도가 승인하면 시의회가 따라야 합니까?", "심의는 본인들이 하고 지자체에 부담하는 게 옳은 행태에요?" 의원들 말 대로라면 과천시는 도 공모사업에는 아예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 예산을 도가 전액 부담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보통 사업별 일정 비율을 시가 부담하게 된다. 이것이 문제라면 제도를 고쳐야지, 애꿎은 과천 시민들의 예산만 빼앗을 문제는 아니다.
셋째는 과천시 행정의 신뢰도 추락의 문제다. 이제 경기도는 예산편성이 불확실한 과천시를 굳이 선정해 도 예산까지 불용시키느니 차라리 다른 시군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또 우리 시민들은 무슨 잘못이 있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공모 기회를 박탈당해야 할까.
경기도 예비마을기업에 지정되고도 1년이 되도록 예산을 받지 못한 우리 시 기업은 다음 단계인 본 마을기업 공모에 참여해도 되는지 몰라 애만 태우고 있다. 무엇을 위한 의회인가. 우물 안 개구리의 함성이 공연히 크기만 하다. 의회는 심사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시민의 혼란을 덜고 행정의 신뢰도를 확보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제갈임주 과천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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