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임주 과천시의회 의장
2020.12.08
언제부터였을까? 과천 시민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이 다양한 시민 여론의 표출 기능을 잃고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놀이판이 되어버린 때가 말이다. 평소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지역의 많은 네티즌들은 아마 필자와 같은 생각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특정 인물이나 사상, 집단 등에 대해 비판을 할 때 논리적 근거 없이 그저 ‘그것’이기 때문에. ‘그들’이기 때문이라 칭하며 퍼붓는 공격은 혐오감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양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앞서 언급한 곳뿐만 아니라 과천 내 다른 SNS 공간과 심지어 공적 의사결정 기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현상이 됐다.
‘혐오’를 어학사전에서 찾으면 ‘싫어하고 미워함’이라 나온다. 타자화된 타인에 대해 싫어하고 멀리하는 이 감정의 기능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인류의 생존 과정에서 발달한 방어기제로 이해할 수 있다. 낯선 것에 대한 불편함, 가까이 하면 해를 입을 것 같아 생기는 거부감은 실제 외부로부터 전파되는 전염병을 막는 데 상당히 기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혐오는 목표대상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불러일으켜 차별과 낙인, 배제로 이어지는 순환고리를 만든다. 중세시대 마녀사냥과 독일의 홀로코스트, 우리나라의 특정 지역 폄하와 이념몰이까지 동서고금을 망라해 수많은 이들이 혐오에 의한 희생양이 됐다.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보자. 혐오가 횡행하는 SNS 공간에서 이성은 작동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의견교환이나 생산적인 토론도 기대할 수 없다. 마이동풍 식 반복되는 주장에 보는 이들의 피로감만 더해질 뿐이다. 자기 생각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에 대한 무차별적 매도와 거짓 정보의 생산도 심각한 수준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동등한 인간에 대한 존중인데 과천의 민주주의 시계는 어째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혐오의 감정을 자신 안에 머물러있게만 두지 않고 대중에게 호소하며 적의와 차별을 부추기는 이들이 결국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대상과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목표가 다를 수 있겠지만, 심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들은 목표한 상대를 고립시킴으로써 자신의 우월적 입지와 안정감을 획득하게 된다. 결국 혐오는 존재의 불안감이 키워낸 산물이며, 이에 더해 자신만이 옳다는 폐쇄적 사고방식과 대상에 대한 무지가 만든 종합선물세트인 것을, 이를 알고서도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다수 대중은 무력하고 답답하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혐오의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첫째는 인지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향해 비판을 넘어선 증오를 표시할 때, 그 적대적 인식의 근거가 취약하고 불합리할 때 우리는 그것이 귀담아 들을만한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 나약한 인간의 주관적 감정의 배설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사소한 일로 치부해 버리기엔 그 부작용이 크다. 개인에게서 시작된 혐오의 행위는 대중의 침묵과 방관을 먹고 몸집을 불려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침묵하지 않는 것, 방관하지 않는 것은 지역 구성원의 갈등과 분열을 바라지 않는 이들이 해야 할 몫이다.
때는 바야흐로 2020년,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사회혁신의 실험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자치와 분권, 환경과 에너지, 문화와 예술, 사회·경제 영역에서 새로운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때, 우리는 언제까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20세기 냉전시대의 드라마를 지역에서 보고 있을 것인가? 혐오를 허용치 않는 한 마디의 말, 한 줄의 댓글부터 시작해보자. 침묵을 깨는 작은 실천으로 혐오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서로를 북돋아 주기에도 아까운 시간이다.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www.joongboo.com)
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4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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