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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쓴 글

[인터뷰] 대화로 가꾸는 공감의 식탁, 민주주의의 정원 - <밸류가든> 신은희 대표

by 제갈임주 2019. 8. 18.

‘민주주의와 시민교육’을 주제로 삼아 연구모임을 어떻게 시작할까, 막막해하던 차에 고민을 함께할 반가운 첫 번째 파트너를 만났습니다. 과천 주민이자 서울 서초구에서 <밸류가든>이란 단체를 운영하는 신은희 (Eunhee Shin) 대표입니다. 그를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러분에게도 소개하고 싶어 정리해 올립니다.

신은희 대표 ◎ 사진 : 슬로푸드문화원 https://youtu.be/Kr1AgpgKEZ0


자원봉사, 그는 왜 여기 마음이 끌렸을까? 그의 삶의 더 깊은 부분을 알지 못하는 나는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그가 2013년 <밸류가든>을 시작하기 전까지 ‘자원봉사’와 늘 함께였다. 스무 살 봉사활동 참여를 시작으로 삼성카드 사회공헌부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을 가꾸는 시민모임, 볼런티어21을 거쳐 서초구 자원봉사센터에 이르기까지 자원봉사업계 현장을 두루 거치며 다진 숱한 경험은 무슨 일이든 겁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강단을 갖게 해 주었다.

그러나 활동이 익어갈수록 회의도 함께 찾아왔다.... 그가 이십 대부터 배우고 경험하기에 자원봉사는 시민의 건강한 참여로 사회 변화를 이끄는 활동이라고 자부해왔는데, 자원봉사가 점차 제도화되면서 본래 의미를 잃고 그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사업을 늘리는, 무엇보다 선한 의지를 내는 국민의 시간과 활동을 소비하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자라났다. 자원봉사를 응당 좋은 것, 해야 할 일로 규정하고 요구하기 이전에 그 개인들이 행복한지 먼저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의 거품을 빼고 필요한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지원받는 만큼 활동의 제약이 많은 기관보다는 독립의 길을 가자고, 개인의 행복과 좋은 공동체, 일상의 민주주의를 가꾸는 일을 해보자 마음을 정하고 <밸류가든>을 설립했다. 자신 있었다. 일찍부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아니었던가? 일도 많이 했고 남들에게 인정도 받을 만큼 받았던 사람이, 필요한 일을, 그것도 가진 것 다 버리고 해보겠다는데 이건 잘될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내심 속으로 했던 생각들은 <밸류가든>을 시작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공적으로 부여된 권한과 아무런 권위가 없는 자신을 설명하는 일부터 어려웠던 그는 기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으며 점차 자신을 비우는 법을 배워 나갔다. 처절한 성찰의 과정이었다는 지난 7년의 비싼 수업료를 치른 신은희 대표는 이제 누구를 가르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서로 편하게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대화의 식탁, 야식먹는 낭독회,브런치 인문학 등 <밸류가든>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의 이름이 남다르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느낌을 주는 이름들에서 거부감없이 주민에게 다가가려는 그의 고민이 엿보인다. 민주주의를 생활 속에 살아있게 만드는 중요한 도구가 대화와 소통인데 밸류가든에서는 문화예술을 매개로 많은 대화를 엮는다. 견해의 차이가 드러날 때 자칫 갈등이나 공격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들이 문화예술의 영역에서는 다양한 가치와 내용의 풍성함으로 수용되기 쉽기 때문이다.

정원을 가꾸듯 <밸류가든>이 가꾸고 싶은 가치, 바로 생활 속 민주주의의 씨앗을 심는 일을 시민 활동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지역에서 겁 없이 시작한 사람, 그가 선뜻 내민 손이 무척 반갑다.
“우리 동네 민주주의, 어떻게 디자인할까?”
이제는 과천 차례다. 함께 머리 맞댈 분들은 주저함 없이 연락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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