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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쓴 글

"두발은 개성이다"라고 꼭 써주세요!

by 제갈임주 2008. 8. 11.
“두발은 개성이다라고 꼭 써주세요!”
탐방 교육현장
 
제갈임주 시민기자
 
1895년에 이 땅에 내려진 단발령은 2008년 학교 현장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제시대와 유신·군사독재정권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규제와 반발의 역사로 점철된 두발의 수난시대는 과연 언제쯤 막을 내리게 될 것인가. 이번 호에서는 과천 소재 중·고등학교의 두발복장 규제현황을 조사하고, 이에 관한 학생과 교사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자율학습이 끝나는 밤 10시, 중앙공원은 귀가하거나 학원 가는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다들 비슷한 교복에 비슷한 머리모양이다.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어른이라면 교복으로 학교를 구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두발과 복장에 관한 규정은 대개 비슷하다.
남학생은 귀 부근을 바싹 친 짧은 머리, 여학생은 어깨선을 넘지 않는 커트머리, 한 학교를 제외하고는 교복 안에 흰색 티셔츠를 착용해야 하며 옷자락을 하의 안으로 넣어 입어야 한다. 교복의 길이나 품을 줄이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치마 길이와 바지통, 윗도리 길이와 품, 몇 개씩 풀어놓은 단추, 멋을 부린 구레나룻 등 아이들은 규정을 살짝 벗어난 작은 일탈로 자신의 멋을 드러내고 있었다.
 
“학생은 단정해야죠”
“학교가 교도소보다 더 해요”

 
“단정한 모습을 보이는 게 학생의 본분이라고 생각해요. 공부를 열심히 하려면 당연하잖아요.” 학교 규칙을 잘 지키는 학생들에게 용의복장 규정은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희 학교는 단속이 심한 편이 아니에요. 큰 문제점은 느끼지 않아요.” 과천고 한 학생의 말이다. “복장이 자율화되면 공부에 신경을 못 쓰고 무슨 옷을 입고 갈까 걱정할 것 같아요”라고 문원중 김모양은 말했다.
 한편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도 있다. “저희도 자유가 있어요. 학생이라고 꼭 단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남녀는 평등하다면서 남자는 왜 머리를 기르면 안되죠.” 나름의 사회의식을 피력하는 학생도 있다. “교도소에서 두발제한이 폐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러고 보면 학교는 교도소보다도 못한 곳인가 봐요(과천중 3학년).” “학교도 사회의 일부잖아요. 법보다 크지 않은 교칙이 학생에게 더 심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좀 그렇죠(과천고 1학년).”
 
외모는 나를 표현하는 도구!
 
“색티요? 원래 안되죠. 이거 안 걸리려고 새벽에 가요.” 교문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은 아침 일찍 등교한다. 단속에 걸리더라도 다시 시도한다. 단속을 피해서, 단속에 걸리면서까지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려는 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냥요. 예쁘잖아요.” “교복도 똑같은데 머리까지 똑같으면 어떡해요, 두발은 개성이다! 이 멘트 꼭 넣어주세요.” “머리는 제 이미지예요. 그걸 맘대로 못 하게 하는 건 너무해요.”
 
교육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가
 
문원중학교에서 3년간 학생부장을 맡고 있는 우재홍 교사를 만나 두발복장규제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외형이 단정해야 마음도 정리가 된다는 관점에서 아이들을 지도한다. 정확한 근거를 대기 어렵지만, 역으로 보면 결과는 분명하다. 어떤 아이가 공부를 등한시하고 다른 곳에 마음이 가게 되면 대개 머리와 복장부터 달라진다. 그런 아이들을 매번 규제하면 학교는 재미없는 곳이 된다. 그렇다고 일부 아이들을 봐주면 규칙은 허물어지기 쉽다. 그런 점에서 교육은 보수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학생들을 통제해야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갖게 되는 갈등과 고민이 궁금해졌다. “생활지도에 교사의 노력이 많이 투여되는데 이것이 교육적으로 가치가 있는가,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효과 면에서 생산적인가 하는 두 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인성교육에 많은 시간을 쏟고 싶은데 물리적 여건에 한계가 있고,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소신껏 교육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모든 것을 학생 자율에 맡긴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실제로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두발복장을 자율화하자 학부모들이 도교육청에 항의를 하였다. 현재로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 간에 시각차가 존재한다. 학생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도 중요하다. 교사들의 생각을 맞추어야 학생들을 일관성 있게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한번에 바꿀 수는 없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되 더디더라도 서로 의견을 모아가며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6년 12월, 문원중학교는 두발규정에 관해 전학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학생의견을 수렴하였고 2007년 3월 이후 두발규정은 완화되었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학교에서는 두발과 복장의 규제가 체벌로 이어지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일부 아이들에게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입시위주의 교육제도와 개성이 넘치는 아이들 사이에 서 있는 교사의 고충을 이해한다. 학부모의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좌충우돌 부딪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과 학교는 다시 생동할 수 있으리라.
 
*체벌과 관련된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갈임주 시민기자  011-388-1789/imju91@hanmail.net


2008/07/14 [16:43] ⓒ 과천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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