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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쓴 글

학교가 우리에게 노예근성을 키워줘요

by 제갈임주 2008. 8. 11.
“학교가 우리에게 노예근성을 키워줘요”
- 체벌을 통해 학교현장의 문제를 짚어보다 -
 
제갈임주 시민기자
 
잊을 만하면 뉴스의 한 꼭지에 등장하는 학교체벌, 과천의 상황은 어떨까? 이번 호에서는 학교체벌에 관한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들어봄으로써 체벌의 실태와 학교현장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하교길 중고등학생 30여명을 인터뷰하였고 과천에서 근무하는 두 명의 교사(평교사 1명, 학생부장 1명)를 만나 속내를 들어보았다.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은 가감 없이 그대로 실었다.
 
* 말대꾸하면 탈의실에서 맞아요, 싸대기 세 대.
* 플라스틱 막대기로 목을 수십 대 맞아서 병원에 간 애도 있어요.
* 야자시간에 늦었어요. ‘개새끼 이리와, 씨발놈아 엎드려!’ 60cm 막대기로 풀스윙 다섯 대 맞았어요.

학교체벌이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체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체벌에 대한 체감온도는 저마다 차이가 있다. 별 불만이 없다고 말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체벌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선생님들은 작든 크든 잘못을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해요. 욕을 너무 많이 해요. 때리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맞는 사람은 기분 나쁘죠.”
고등학생 김모군은 “우리는 맞으면 안 하잖아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어요. 학교가 우리한테 노예근성을 키워주고 있는 거죠”라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선생님들은 너무 형식적인 것에 매달려요”
 
“교내 공식적인 체벌제도는 없고, 생활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때 봉사활동 등 정식처벌을 내립니다. 처벌을 주기 전에는 권고를 하지요.” 과천의 모 중학교 학생부장의 말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체벌당한 경험들을 많이 이야기했다. 
“머리길다고 개새끼야, 니가 자를래, 내가 잘라줄까? 그러시더라고요.” 우선 교사의 언어폭력이 문제다. 하지만 교칙이나 생활 수칙 위반 정도에 따라 체벌은 다양한 양상을 띤다. “급식 먹을 때 학생증을 찍어야 하는데 안 가져오면 손바닥 맞아요.” “담배 피우다 걸렸는데, 두꺼운 매로 허벅지에 피멍이 들어 파충류껍질처럼 변할 정도로 맞았어요. 너무 아파서 자존심 버리고 잘못했다고 무릎 꿇었어요.”
체벌의 고리가 되는 학교 규칙을 바라보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시각차가 존재한다. “천 몇 백명이 함께 지내는 학교에서 규칙은 원활한 생활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학교는 사회질서를 지키는 훈련을 미리 하는 곳이기도 하죠.” 학생부장 교사의 말이다. 한편 학생들은 “저희도 자유가 있어요. 선생님들은 너무 사소하고 형식적인 것에 매달려요. 사실 그게 때릴 일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한다.  
 
일부 교사들의 습관성 체벌
 
일부 교사들의 둔감한 습관성 체벌도 문제다. 남자 교사의 경우 군대의 통제방식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도 한다. “탈의실에서 엎드려뻗쳐 한 뒤 발을 사물함 위에 올리게 하고 발 떨어지면 때려요. 체육관에 가둬놓고 먼저 막대기로 다른 것들을 막 쳐서 겁을 줘요. 가슴팍을 발로 차는 선생님도 계세요.” 교사들은 왜 그러는 걸까? 한 학생의 답이다. “학교라는 데가 이런 데다 하고 압박감을 주려는 것 같아요.”
 
오히려 당하는 사람은 교사ㅎ
“요즘 아이들 감당하기 힘들어요!”
“저희도 체벌을 하고 싶지 않아요. 학생들에게 피해와 상처를 주는 체벌을 원하는 교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90%는 교사가 아이들의 폭행과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교사들은 고충을 호소하며 요즘 아이들은 힘들다고 말한다. “요즘 아이들은 지루함을 참지 못합니다. 수업을 방해하는 자기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가 된다는 사실에도 아주 둔감하죠. 또, 교사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학생이 수업을 계속 방해하는 경우, 교사는 여러 번 주의를 주고 참다가 감정이 폭발하면서 사고로까지 확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에겐 교실 밖에 나가 있으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런 답변이 곧장 돌아온다. “수업을 방해해서 복도로 내보내면 부모로부터 아이의 수업권을 빼앗았다고 당장 항의를 받습니다.” 내보내면 아예 학교 밖으로 나가는 애들도 있어 2차 사고의 위험도 있단다. “그러다 교통사고라도 나봐요.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실제로 학생을 내보냈더니 다른 애 이빨을 부러뜨려 놓았어요.”
학생수도 큰 부담이다. “교사들끼리 40명과 41명은 천지차라고 말해요. 책상이 다섯줄이냐 여섯줄이냐에 따라 수업 분위기는 딴판이 되지요. 스무 명을 모아놓고 수업한 적이 있는데 큰소리 낼 필요도 없어요.” 적정한 학급규모와 더불어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가르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데 교사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학생의 인격을 존중하는 풍토

“우리도 어떤 말은 들을 줄 알아요”
“교장 선생님이 여학생 네 명을 복도에 세워놓고 손으로 머리를 한 대씩 때리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체벌의 현장을 목격한 한 학부모의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우리 교장이 그러는 건 흔해요. 그건 약과예요”라고 말한다. 여러 사람이 보는 가운데 공공연히 체벌이 이루어지는 학교에서 과연 학생들은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교사들의 인격모독에 아이들은 격하게 반응한다. “너 같은 새끼는 인생 살 필요도 없어. 이런 말 들으면 눈물이 나요.” “다른 건 몰라도 엄마 욕하면 선생님을 00로 찌르고 싶어요.” 하지만 같은 말을 해도 한 교사에게는 반감을 갖고 다른 교사의 말은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글쎄요, 우리들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달라요.” 정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해도 학생들은 자신을 존중하는 교사가 누구인지를 직감으로 알아차린다.
ㄱ교사는 “아이들의 자존감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 부분만 쓰다듬어줘도 비아냥거리던 눈빛이 달라지죠. 자존감이 약해지는 것은 타인과 자신을 늘 비교하게 만드는 경쟁중심의 교육과도 관련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어떤 상황에서도 자존감을 해치는 말과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제갈임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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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6 [17:18] ⓒ 과천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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