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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쓴 글

10분만이라도 늦게 등교하고 싶어요

by 제갈임주 2008. 7. 5.
10분만이라도 늦게 등교하고 싶어요
-과천의 0교시 실태 -
 
제갈임주 시민기자
 
0교시란 정규수업에 앞서 진행되는 보충수업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용어로 지금은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현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말이 되었다.
0교시는 각 시·도교육청과 전교조 간에 협약을 맺었던 2004년부터 최근까지 법적으로 금지되어왔다. 그러나 많은 학교들이 자율학습과 EBS 시청 등의 형태로 암암리에 또는 공공연히 0교시를 실시해온 것이 현실이다. 이를 유지해온 힘은 물론 서열화된 입시체제다. 급기야 지난 4월 15일 발표된 학교자율화조치를 기점으로 학사운영 권한이 학교에 대폭 부여되었고 이로써 학교장이 채택만 하면 합법적으로 0교시를 부활시킬 수 있게 되었다.
0교시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학생 5명, 학부모 4명, 교사 7명(관내 5명, 서울·경기 각1명)을 만나보았다.

안양, 군포 지역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0교시 수업이 없다. 4.15 학교자율화조치 뒤로 0교시를 도입하려는 중학교가 한 곳 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아직 없다. 과천은 이전부터 네 곳 중 세 개 고등학교에서 0교시를 실시해왔다. 과천고등학교는 자율학습 형태로, 사립학교인 과천여고와 과천외고는 수업 형태로 진행한다. 특히 과천외고는 시험문제를 일정 비율 0교시 수업내용에서 출제하고 있다.

 세 개 학교 통틀어 학생들의 출석률은 9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정해진 등교시간을 넘길 경우 교문단속에 걸리게 된다. 이름 적히기는 기본, 손바닥 한 대 맞기로 벌칙을 정한 학교도 있다. 오리걸음을 걷거나 A4 용지 한 장 가득 공부 내용을 채우게 하는 교사도 있다.
“0교시요? 공부하려는 애들에겐 도움이 되죠. 노는 애들한텐 별거 없어요”,“학교 가자마자 수업을 받으면 집중이 안 되는데 워밍업 차원에서 자율학습이 좋아요.” 아마도 이 학생들은 공부를 잘 하거나 부지런한 학생인 듯싶다. 그렇다면 다른 학생들은 어떨까. 예체능 계열 학생들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또한 수업을 힘겨워하는 학생들은 피로를 호소한다. “아침 굶고 0교시 끝나고 바로 매점으로 뛰어가요.”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아침을 거르고 있다.
한편 학부모들은 어떨까. “야자(야간자율학습)는 하는 게 좋아요. 집에 오면 공부도 안 하고 컴퓨터만 하는데 차라리 눈앞에 안 보이는 게 마음은 편하죠. 그런데 아침엔 늦게 갔으면 좋겠어요. 잠도 모자라는데 아침이라도 제대로 먹여서 보냈으면 싶어요.”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안쓰러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나 학원에서 아이들을 하루종일 잡아두고 공부시키기를 바란다. 이와 같이 학부모들은 자기모순에 빠져 있었다.

교사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효과 없어요. 아침잠을 못 자고 오기 때문에 공부가 안 돼요. 저도 정신 쌩쌩한 아이들을 앞에 놓고 수업하고 싶죠.” 다른 의견도 있다. “확실히 0교시 수업을 성실히 듣는 학생들이 성적도 좋아요.” 교사들도 0교시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또한 이른 출근은 교사들에게도 부담이 된다.
학교장들이 0교시 제도를 고집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원치 않는 아이들도 많고 교육효과도 검증된 건 없죠. 하지만 학부모들은 0교시가 있는 학교를 일단 공부 열심히 시키는 학교라고 생각하니까요. 기피학교 소리 안 듣고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되고 싶은 거죠.” 일선 교사들은 대부분 이처럼 답했다. 하지만 평교사들이 학교장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0교시뿐 아니라 학교에서 하는 모든 과정이 공부 잘 하는 아이들 중심으로 진행돼요. 부족한 아이를 북돋아 기본을 익히도록 해주는 게 공교육의 본분 아닙니까?” 한 학부모의 바람이다. 과천에서 유일하게 0교시 수업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중앙고의 김모 학생은 “등교시간 10분 차이가 의외로 크다. 비교적 여유 있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제갈임주 시민기자.  imju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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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17:50] ⓒ 과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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