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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쓴 글

살아있는 놀이터, 살아있는 아이들

by 제갈임주 2008. 7. 5.
살아있는 놀이터, 살아있는 아이들
놀이터 강좌에 다녀와서
 
제갈임주 시민기자
 
 옛날. 아니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 없이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놀이터가 따로 있지 않았다. 마당·동네 골목·개울·산과 들이 아이들에겐 훌륭한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자동차가 세상의 중심이 된 오늘,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태어난 것. 그것이 바로 놀이터이다.

과거의 놀이터는 주로 미끄럼틀과 그네, 시소 등 철로 된 놀이기구와 모래밭이 주를 이루었다면 요즘은 안전과 위생의 문제로 놀이터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알록달록 색을 입힌 놀이시설과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기구, 그리고 고무바닥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모래밭이 사라지고 인체에 유해한 소재와 플라스틱 제품이 늘어나는 안타까움도 크지만 모든 놀이터들이 주변환경과의 고려없이 천편일률적으로 변해가는 것도 큰 문제이다. 조달청에 등록된 업체의 놀이시설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 놀이터의 모습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놀이터를 바꾸어보려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만든 놀이터, 숲이 우거지고 새들이 노래하는 도심 속 생태 놀이터, 조형물 하나로 그 안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만든 놀이터, 놀이터를 예술동산으로 꾸민 시흥의 ‘나는 까치놀이터’ 등이 그것이다. 놀이터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지혜를 모으면 다양한 놀이터가 생겨날 수 있다.

세계공원연구소의 김인수 소장은 “부모들은 무조건 안전한 놀이시설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적당히 험한 환경속에서 오히려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터득해나간다”며 자갈과 모래, 물과 같은 자연물을 이용한 외국의 놀이터를 소개하였다.
또한 “과천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 자연과 적절히 조화를 이룬 놀이환경을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폐자재를 활용한 공작 놀이터’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공작 놀이터란 아이들이 간단한 작업에서부터 집짓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공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놀이터로 독일에서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놀이터란다. 놀이터의 여러 변형을 상상하다가 문득 관악산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떠올랐다. 과천에서 가장 신나는 놀이터를 꼽으라 한다면 나는 단연 관악산 계곡을 꼽을 것이다. 그곳엔 잘 갖추어진 깨끗한 놀이시설은 없지만 그런 것 없이도 이미 최고의 놀이터인 셈이다. 이미 완성되어 기성품으로 제작된 시설물보다는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창조할 여지가 있는 미완성의 공간에서 아이들의 표정은 살아난다. 그 신나는 아이들의 표정, 환호하는 열기를 동네 놀이터까지 번지게 할 방법은 과연 없을까?

제갈임주 시민기자.  imju91@hanmail.net
 
2007/12/29 [13:17] ⓒ 과천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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