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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의정일기

[인터뷰] 주한 스위스대사관 부대사

by 제갈임주 2015. 12. 30.

[인터뷰] 주한스위스대사관 부대사

 

○ 일시: 201549

 ○ 장소: 주한 스위스 대사관

 ○ 함께한 이들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김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이지영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통역)

 

 

   

 

스위스 방문을 앞두고 주한스위스대사관을 찾았다. 이 인터뷰는 본 의원에겐 연수의 사전준비 과정으로, 동행한 이들은 서울시에 제안할 주민참여정책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부대사와 나눈 이야기를 간략히 정리했다.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 제도에 관해

: 스위스의 정치체계는 완전한 직접 민주주의가 아닌, 반 직접민주주의(semi-direct democracy). 작은 도시에서는 주민총회를 통해 시민이 정책을 결정하니 직접 민주주의를 운영한다고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주와 연방에서의 직접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의 보완 역할을 한다.

 

 

시민발의와 국민투표

: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는 두 가지, 시민발의와 국민투표다. 국민투표가 의회와 정부의 권력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기능이라면, 시민발의는 시민이 원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만드는 기능을 가진다.

 

 

시민발의

부결된 시민발의 안건이 가지는 의미

: 시민발의 안건이 부결된다 하더라도 부결이 곧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민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는 부결된 안건을 재발의하는 데에는 시기나 내용상의 어떠한 제약도 없다, 실패한 직후라도 재발의할 수 있지만 보통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부결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는 5년이나 10년마다 재발의하는 형태를 띤다. 예를 들어 외국인에 대한 권리 제한(limitation of foreigner)은 매 10년마다 거부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시민발의 승률이 낮은 이유

: 많은 경우 구체적 대안 없이 압력을 넣고자 하는 의도로 시민발의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또 시민발의는 주로 개혁적 의제를 다루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란 쉽지가 않다. 시민발의 의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가 받아들이기엔 힘든 진보적인 과제가 많다. 예컨대 어떤 환경정책이 있다고 치자. 녹색당이나 환경단체라면 대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시민들은 그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얼마 전 녹색당이 발의한 에너지세금 안건도 92%의 반대로 부결되었다. 그리고 국민연금이나 여성들의 참정권 부여에 오랜 시간이 걸렸듯 스위스 사회 자체가 보수적 성향이 강한 탓도 있다.

 

시민발의 제안을 할 땐 완벽한 법률안을 만들어야 하나?

두 가지 경우 모두 가능하다. 발의하는 시민들이 구체적인 법률안을 만들어 제안할 수도 있고, 거칠게 간단한 주장만을 투표에 부칠 수도 있다. 만일 후자라면, 통과된 후 정부가 세부안을 마련해 시행한다.

 

 

정부가 토론장을 마련해 주나?

: 정부에서는 공식적인 토론회를 별도로 진행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정부나 시민발의 위원회에 책정된 예산도 없다. 토론을 원하는 사람들, 단체, 정부, 정당 누구나 자발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정부도 여러 주장을 가진 그룹 중 한 일원으로 토론회에 참여할 뿐이다. 발의됐다고 해서 정부지원금이 별도로 정당이나 단체에 지원되지 않으며 기부나 당비로 해결해야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단체나 정당 모두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는 안건은 로비도 필요 없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투표에서 이길 수 있다. 투표 전 토론들이 많이 진행되며, 토론문화는 활성화되어 있다.

 

 

의원직의 근무형태

: 전통적으로는 대부분의 의원이 파트타임(part-time) 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연방의원은 풀타임(full-time) 직이 되었다. 칸톤 이하는 여전히 파트타임이고 자기 직업과 병행한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의정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칸톤과 게마인데 의원의 업무는 풀타임으로 할 만큼 과중하지 않다.

 

 

EU가입에 관한 논쟁

유럽에서 현재 논쟁이 되고 있다. 천부인권, 시민결정권 측면에서 분권화가 가진 장단점이 큰 논쟁거리이다. EU 회원국이 되면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누려왔던 자신들의 결정권한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즉 자기 결정권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EU 가입안을 부결시켰다. 정권을 침해당할 수 있는 EU 가입여부는 현재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시민발의나 국민투표 등 직접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의회의 입장은?

시민발의나 국민투표 자체가 정치인들의 권력을 통제하는 기능이지만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더 나아가 시민들의 권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한 의회-시민 간 갈등은 없다.

 

 

직접 민주주의와 포퓰리즘(populism)

직접 민주주의는 주장하는 이슈의 세력화가 쉽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와 결정권을 강조하는 우파 정당들은 직접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확대하고 싶어 한다. 반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이들은 오히려 직접 민주주의를 환영하지 않는다. 가치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 이익을 옹호하는 데 직접 민주주의가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발의나 주민투표의 활성화에는 포퓰리즘(populism)적 성격이 배제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는 완벽한 모델이 아니다. 스위스가 가진 현재 시스템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변화의 속도도 더디다.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고(1848) 수많은 이슈들이 제안되고 수정되면서 시민 의견들이 수렴되었다. 한국은 오히려 젊은 민주주의이고 초기 단계다. 두 나라 간에는 서로 다른 역사와 인접국가, 안보문제 등이 있다. 이를 비교할 수 없고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가 꼭 기준이라고도 볼 수 없다. 천천히 한 걸음씩 발전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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