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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人間/걸어온 길

걸어온 이야기

by 제갈임주 2022. 5. 24.

저는 시민단체, 지역활동가 출신의 민주당 의원입니다.

2014년 무소속으로 과천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11명 중 3등으로 당선되어 의원이 되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입당을 제안받고 비례대표 시의원으로 출마·당선되어 재선의원이 되었습니다. 첫 선거에서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의원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10여년 지역활동을 하며 관계맺은 수많은 이웃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도움, 지지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한 1991년은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시기였습니다. ‘해체민자당, 타도노태우’ 구호를 내걸고 연일 시위가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강경대 열사의 죽음은 분신정국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김영삼 문민정부의 탄생 직전, 80년대 민주화항쟁의 끄트머리에서 그렇게 맛본 사회부조리는 앞선 세대의 투쟁을 내면화하고 민주주의의 감수성을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부방 교사로 출발한 지역활동


그럼에도 제 삶은 평범했습니다. 취업과 결혼, 출산과 육아로 이어지던 평이한 생활은, 2005년 동네 이웃들과 함께 만든 공부방의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면서부터 변화를 맞았습니다.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로 저를 이끈 것은 힘들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 저에 대한 연민이었지만, 그 활동을 하면서 얻게 된 지역사회의 인정과 사랑은 제 상처를 치유하기에 충분했고 덕분에 제 관심과 활동의 영역은 더 넓은 곳으로 확대될 수 있었습니다.

공부방 교사와 지역신문 기자, 의정감시 활동, 시민단체 연구원 등 현장활동을 하면서 저는 주민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의견을 경청하고, 당면한 문제와 욕구를 찾아내며, 협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가진 자원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저의 가장 큰 장점이자 풀뿌리 활동이 안겨준 선물입니다.


의정활동 8년의 경험


의정활동 전반기 4년은 ‘좋은 정치인 한두 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전체 시민의 의식과 역량’이라는 믿음으로 주민참여와 자치역량을 높이기 위한 실천에 집중했습니다. 참여예산제도를 도입·정착시키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시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 토론회 등 공론장을 활성화했습니다. 시의회 주최로 매년 예산설명회를 개최하였고, 주요 의제의 토론회를 주도적으로 기획·진행하였습니다. 주민자치위원회, 참여예산위원회,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학교운영위원회 등 자치의 기초가 되는 단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 결과 시민을 위해 일하는 시의원, 원칙과 소신있게 일하는 의원이라는 평을 얻게 되었습니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시작된 재선의원의 생활은 좋았습니다. 높아진 역량이 스스로 체감되었고, 지난 의정활동에서 쌓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공무원 등과 일을 풀어가기도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도 잠시, 이후의 시간은 질곡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레이스 건축허가 감사청구 건, 공무원 증원과 도시공사·문화재단 설립 건, 과천지구 사업참여·출자동의 안건 등 시의 중요한 정책과 의제들이 합리적 토론 속에 결론지어지기보다는 왜곡과 선동이 판을 치는 혼탁한 정치가 이어졌습니다.


2019년 같은 당 동료의원의 해외연수 사건이 공중파 방송을 타면서 전국적인 문제가 되었고 그로 인한 그의 징계와 탈당, 2020년 총선에서 또 다른 의원의 탈당으로 2년만에 여소야대가 된 과천시의회는 보복성 예산삭감, 의장불신임 등 파행을 거듭하였습니다. 한때는 동료였던 이들이 가장 앞장 서 총질하는 싸움판의 한가운데서 총알을 맞으며 든 생각은 헛된 싸움을 그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진흙탕 싸움이 일깨운 정치의 본령


누군가를 끌어내리고 해를 입히는 일, 또는 그것을 막는 일에 힘쓰기보다는, 시민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개선하는 일에 주어진 권한을 써야 한다는 것,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뒤늦은 후회와 깨달음이 4년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찾아왔다는 사실이 마냥 아쉽기만 합니다. 제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시민만을 바라보는 의정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정치가 시민에게 외면받지 않고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풀뿌리 지방자치의 모범이 되는 의정활동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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